2012년 아날로그 텔레비전 송출 종료를 앞두고 텔레비전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TV 코뮨>전은 TV 매체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되돌아보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합니다. 이 전시에서는 1960년대 말– 70년대 초의 텔레비전과 예술, 그리고 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탐구하고 실험했던 백남준과 그의 동시대 작가인 TVTV, 다라 번바움, 박현기 등의 역사적인 작품들과 가브리엘 레스터(네덜란드), 웡 호이 챙(말레이시아), 정연두, 임흥순, 박준범 등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생생한 시선을 한 데 엮을 예정입니다.
또한 전시장의 한 편에서는 프랑스의 비디오 아트 전문 케이블/웹채널 ‘souvenirs from earth’와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입니다. 위성 프로젝트를 감행하던 백남준에게 영감을 받아 창립된 ‘souvenirs from earth’는 “언젠가 모두가 각자의 TV 채널을 갖게 될 것이다”라는 백남준의 말처럼, 예술가 고유의 채널을 만들어 송출하는 새로운 방송의 플랫폼을 제시합니다.
2011년 9월 29일 목요일, 2pm
발제자 : 마르쿠스 크라이스 (프랑스 비디오 아트 케이블 방송 Souvenirs From Earth 창립자)
TV코뮨 이란 제목은 백남준이 보스톤 공영 방송국 WGBH와 최초로 작업한 인터렉티브 퍼포먼스인 <비디오 코뮨>(1970)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예술적 콘텐츠로 이루어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구성되는 비디오 공동체를 꿈꿨고, WGBH는 당시 텔레비전 방송국으로서는 드물게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는 등 실험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WGBH에서 제작된 옴니버스 작품인 <비디오 변주곡>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백남준, 러셀 코너, 더글라스 데이비스, 스탠 반더빅 등의 소품이 어우러진 일종의 뮤직 비디오입니다. 특히 백남준이 베토벤의 음악에 맞춰 피아노가 불타는 이미지를 합성해 창작한 <전자 오페라 No.2>는 그 자체로 비디오 아트의 클래식이라 칭송받고 있으며, 문화사 적으로 1980년대 초에 설립된 MTV 보다 10년이나 앞선 실험적인 콘텐츠입니다. 또한 <매체는 매체다>는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 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백남준, 알랜 카프로, 오토 피네 등 6인의 작가가 만든 옴니버스 비디오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한국에 소개되는 이 두 작품은 미디어를 단순히 배척하거나 그에 열광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환경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인식했던 백남준의 현재적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TV 코뮨>전은 텔레비전이라는 어마어마한 복제 미디어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공간적, 정치적 공동체(코뮨)를 형성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예술적 보고서입니다. 이 전시는 텔레비전과 수용자 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 미디어와 대중간의 만남과 결합(interface), 그리고 미디어 환경에 대한 예술가의 개입(intervention)을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송 시대로의 전환점에 대한 비평과 자문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1970년 보스톤의 WGBH 방송국을 통해 방송된 백남준의 4시간짜리 비디오 <비디오코뮨>은 백남준이 편집한 작품안에 일본 방송국 MBS의 음악 프로그램을 삽입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백남준은 “글로벌 그루브와 비디오 공동시장” 이라는 글에서 각국의 방송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나라에서 방영된다면 상호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전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인 비틀즈의 곡으로 이루어진비디오 그래픽에 아시아의 방송 프로그램을 삽입함으로써 그가 말한 텔레비전을 통한 전세계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 필름에는 두개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하나는 TV 드라마, 그리고 다른 하나는 TV를 보고 있는 사이공의 젊은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한 어린아이가 인도차이나의 독립전쟁 기간 동안 메콩 삼각주지역에서 아버지를 찾아 다니며 고통을 겪는 스토리의 드라마를 보고있다. 카메라는 동시에 젊은 베트남 여성의일상을 함께 엮는다. 필름은 인물들과 거리를 둔채 두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집단적 공산주의의 (무)의식과 새롭게 부상하는 도시의 생활방식을 대면시킨다.
<사적인박물관 II>는 작가와 용인시 및 수원시에 거주하는주부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커뮤니티 프로젝트이다. 엉뚱하고 발랄하며 섹시한 아줌마들은 5회에 걸친 워크숍을 거쳐 자신이 좋아하는 TV 드라마의 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관시킨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었고, 작가는 이 장면들을 엮어서 옴니버스 비디오 작업으로 완성했다. 전시장에는 비디오 작업과 함께 개인의 인생을 설명하는 소중한 소품들이 함께 보여지는 데이는 한국여성의 삶과 드라마가 맺고 있는 뜨거운 관계를 아주 사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국의 1세대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의 <무제>는 그 자체로 오브제, 그리고 삶의 요소로서의 텔레비전과 비디오의 모습을 추상적인 비디오 조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순수한 자연과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의 정적이 풍경으로 구현된 TV 조각 작품들 속에서 텔레비전이라는 오브제는 자아, 혹은 자연을 반추하고 성찰하는 거울과도 같다. 마치 돌 무더기 위에 피어난 꽃처럼 TV가 얹혀 있는 와 돌>은 TV로 만들어진 토템의 탑과도 같은 신성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시소>와 어항>에서는 기술과 자연의 조화로운 융합과 그러한 조화 안에서의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전자오페라 No.2>는 1972년 WGBH가 제작한 7인의 작가와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영상작업 <비디오변주곡> 중 하나이다. 백남준은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을 선택하여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작업을 만들어냈고 베토벤의 두상을 향한 공격, 자신의 상징적 이미지인 피아노가 불타는 퍼포먼스 등을 영상으로 엮어냈다. 이 작품은 초기 비디오아트의 클래식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1980년대 MTV에서 방영된 뮤직비디오보다 십년이나 앞선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프랑스의 비디오 아트 전문 웹채널 Souvenirs from Earth는 위성 프로젝트를 감행하던 백남준에게 영감을 받아 창립되었다. Souvenirs from Earth는 “언젠가 모두가 각자의 TV 채널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예견했던 백남준의 말처럼 예술가 고유의 채널을 만들어 송출하는 방송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다.
네덜란드 작가가 브리엘레스터는 <거주장면>에서 텔레비전이 있는 일반가정의 거실풍경을 설치한다. 작가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그 나라의 보편적인 집안 풍경을 담아내는 장소 특정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각국의 전형적인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 거실의 보편적인 풍경들 중 공통적인 요소들을 뽑아 만든 이 작품은 2011년에 거주하는 이들의 일상에 대한인류학적보고 서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평화란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다. Peace is not the Absence of Confl ict 어두워진 공간을 미끄러지 듯이 카메라가 빈집을 탐색한다. 금방 누군가 황급히 나간 듯한 빈집에는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문틈새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마치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처럼 은밀히 공간을 탐색하는 카메라가 발견한 것은 우리의 일상공간이다.
하태범의 사진 작업들은 텔레비전 보도장면으로 익숙한 테러와 재난장면을 순백색의 풍경으로 탈색하여 그대로 재현한 풍경을 담고있다. 작품은 어디서 본 듯 익숙하나 익숙해질 수 없는 비극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탈색된 풍경안에 감정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작품들은 이미지의 홍수속에서 우리가 이미이러한 사건들을 감정없이 반복되는 이미지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한다. 또한 이러한 이미지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매체의 선정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현대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시선을 요구한다.
정연두는 TV 다큐멘터리물을 패러디하여 가짜 다큐 멘터리를 제작했다. 낯익은 얼굴의 아나운서가 그럴 듯한 텔레비전 세트 안에서 거짓으로 만들어진 ‘공중 정원’의 기원과 존재를 설명한다. 황당한 거짓말도 카메라와 텔레비전이 만들어 낸 연출 안에서 정당성을 지니게 되는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가 지닌강력한 힘을 역설적으로 피력한다.
헐리우드 영화와 솝 오페라(Soap Opera)라 불리는 미국의 드라마가 전달하는 가장 미국적인 풍경인 식탁 앞에서의 단란한 모습이 폭력적이면서도 우스꽝 스러운 풍경으로 전환된다. <그냥 해!>는 실험영화의 파운드 풋티지(Found Footage) 기법을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기존의 필름 장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편집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전달한다. 작가는 그레고리 팩이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화목한 장면을 전복함으로써 미국 사회, 그리고 가족 중심의 미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다.
<매체는 매체다>는 마셜 맥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 Media is Message”라는 언급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백남준, 알랜 카프로, 오토 피네 등 6인의 작가가 만든 옴니버스 비디오 작품이다. 보스턴의 공영방송국 WGBH는 카프로, 백남준, 피네, 제임스 시라잇, 토마스 태드록, 그리고 알도 탬블리니 등 6명의 작가에게 의뢰하여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게 했는데 이 작업은 공영방송국과 비디오아트 작가들이 협업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 작품 안에서 작가들은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며, 이미지 제작부터 인터랙티브 비디오 퍼포먼스,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백남준은 그의 초기작 <전자 오페라 No.1>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화면 속에서 낯익은 TV 슈퍼영웅 시리즈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원더 우먼이 반복적으로 변신한다. 다라 번바움은 대중문화의 아이콘 원더 우먼이 ‘실제’ 여성에서 영웅으로 전환하는 장면을 따로 떼어 반복함으로써 그 모습이 마치 뮤직 박스 위에서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아가는 인형처럼 보이게 한다. 작가의 이러한 제작 방식은 텔레비전이라는 텍스트 속에서 시대의 아이콘인 슈퍼우먼이 지닌 맥락을 전복시킨다.
이 비디오는 보스턴 공영방송 WGBH의 디렉터 데이빗 앳우드와 프로듀서 프레드 바직이 백남준을 인터뷰한 희귀 자료이다. 당시 백남준은 WGBH의 아티스트-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비디오/오디오 신디사이저로 다양한 실험적인 작업을 제작하는 중이었다. 인터뷰의 제목은 9/23/69 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WGBH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시작된 날짜에서 따온 것이다.
<다시:보기>는 말레이지아 왕국이 오스트리아를 식민지로 다스리고 있다는 설정의 가상 다큐멘터리이다. 작가는 한번도 타국을 식민지로 만들지 않았던 유럽국가인 오스트리아를 말레이지아가 점령했다는 가상의 스토리를 진실로 둔갑시키는 작업을 한다. 작품은 MBC(Malaysian Broadcasting Corporation)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말레이지아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취재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가정집의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상영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설정된다. 가상의 텔레비전 방송국과 연기자들로 인해 하나의 거짓이 사실처럼 포장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텔레비전 미디어가 지닌 파워를 느끼게 한다.
유선 방송국 사장 맥스의 하루는 그날의 일정을 알려주는 비디오와 함께 시작한다. 고객들의 환상과 욕구 불만을 비디오를 통해 해소시키고자 하는 맥스는 고통을 받아야 성적으로 만족을 느끼는 닉키를사귀게 된다. 맥스는 ‘음극서 전도단체’에서 브라이언 오블리언 교수를 만나고 교수가 만든 비디오드롬을 통해 새로운 환각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걸작 <비디오드롬>은 현대 사회와 텔레비전 미디어의 영향을 환각과 환영, 그리고 신체의 그로테크한 왜곡 등으로 표현한다.
1970년대 게릴라 TV 운동의 주요 활동가이자 예술가였던 앤트 팜의 대표작 <영원한 프레임>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재현한다.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던 이 사건의 현장을 앤트 팜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한다. 이렇게 기존에 촬영된 이미지를 해체함으로써 작가는 미디어가 본질보다는 드라마에 더 무게를 두는 현대의 신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 얼마나 본질을 조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게릴라 TV의 대표 작가인 TVTV의 대표작 <4년 더>는 1972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리처드 닉슨의 대통령 재선을 위한 후보 경선 및 공화당 전당대회의 풍경을 담고 있다. 가벼운 하프인치 포터블 비디오 장치를 들고 작가들은 전당대회 자리로 잠입하여 아주 가까이에서 현장을 생생히 담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미국 선거제도의 신화를 세밀하게 파헤쳤다. 초기의 시네마 베리떼(Cinema Verite)이자 게릴라 TV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불안한 시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타임캡슐 과도 같다.
1970년 보스톤의 WGBH 방송국을 통해 방송된 백남준의 4시간짜리 비디오 <비디오 코뮨>은 백남준이 편집한 작품 안에 일본 방송국 MBS의 음악 프로그램을 삽입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백남준은 “글로벌 그루브와 비디오 공동시장”이라는 글에서 각국의 방송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방영된다면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전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인 비틀즈의 곡으로 이루어진 비디오 그래픽에 아시아의 방송 프로그램을 삽입함으로써 그가 말한 텔레비전을 통한 전세계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비디오 변주곡>은 텔레비전 방송국으로서는 드물게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예술가들과 작품을 제작했던 WGBH에서 만든 옴니버스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백남준, 러셀 코너, 더글라스 데이비스, 스탠 반더빅등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이 어우러진 일종의 뮤직비디오이다.
사라예보의 공영방송 F.T.V.의 방송국 스튜디오 장면이 보인다. 이곳은 로또 번호를 발표하는 프로그램의 TV 세트이다. 사회자들은 옷을 갖춰 입고 방송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로또 공은 목적 없이 계속 돌아가고 조명 역시 무대를 비추며 움직이고 있다. 멀리에서 들려오는 공습을 알리는 듯한 비행기소리, 사회자의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로 불안한 상황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내전 중에도 인생의행운이 될 로또 추첨의 방송 전 셋트 풍경에서 ‘쇼는 계속되는’ 쇼 비즈니스의 비정함과 현대사회의 모순을 함께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