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일까요?
달인가요?
아니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까요?
– 백남준-
기획전 <달의 변주곡>은 백남준의 대표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가 보여주는 시간의 속성, 자연과 예술에 대한 백남준의 사유를 모티브로 시작되었다. 백남준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공간에 재현하는 동시에 인간의 상상을 달에 투영하던 전자시대 이전의 삶과 예술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달이 그 형태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듯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시간의 변주에 착안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달의 주기와 어우러져 순환하는 시간, 어두운 밤을 비추는 달 그림자의 몽환적인 환영,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등을 표현한다.
백남준을 비롯하여 전시에 참여한 다비드 클라르바우트, 료타 쿠와쿠보, 안규철, 안세권, 조소희, 히라키 사와는 시간의 흐름 자체를 담는 매체인 비디오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위의 과정을 기록한 설치, 가상의 시간성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시간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은 사진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으로 멈춰선 듯 느리게 움직이고 순환하는 시간의 속도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유래 없는 속도 전(戰)을 펼치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고 예술적 체험을 통한 휴식과 명상, 사유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켜켜이 쌓이는 시간의 기록, 영원처럼 보이는 순간의 시간, 서서히 변화되는 작품을 선보이는 <달의 변주곡>을 경험하면서 관객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詩)적인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비드 클라르바우트, 료타 쿠와쿠보, 백남준, 안규철, 안세권, 조소희, 히라키 사와
2014. 2. 26, 수요일, 오후 5시
이장욱, <거리> 16mm 멀티 프로젝션
퍼포먼스 (안무 나연우)
히라키 사와 2014. 2. 26, 오후 3시
안규철, 현시원 2014. 4. 19, 오후 3시
안세권, 조소희, 이채영 2014. 5. 17, 오후 3시
** 스페셜토크의 일정과 시간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031-201-8512, reservation@njpartcenter.kr
2014. 2. 26, 수요일
- 13:15 합정역 2번 출구
- 14:00 한남동 한남 더 힐 (전 단국대학교 자리) 육교 건너편
2014. 2. 26, 수요일
- 15:15 합정역 2번 출구
- 16:00 한남동 한남 더 힐 (전 단국대학교 자리) 육교 건너편
- 평일/일요일 | 오전 10시–오후 6시
- 토요일 | 오전 10시–오후 7시
**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월요일 휴관
이 작품은 작가가 인터넷에서 찾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비를 피해 교각 아래로 모여든 정유 노동자들의 사진에 감화된 다비드 클라르바우트는 이 사진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다. 작가는 각기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25개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정지된 시간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축하였다. 이 작품은 노동자들이 멈춰 선 순간의 시간을 세밀하게 잘라낸 것을 이어 붙여 ‘찰나’를 영원의 시간으로 회귀시킨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지친 노동자들의 ‘기다림’이 야기하는 ‘지루함’이라는 비생산적인 시간이 만들어낸 미학은 다국적 기업, 아프리카의 빈곤, 타자에 대한 카메라의 관찰자적 시선에 대한 복합적인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실재보다 더 사실적인 가상의 이미지가 창조한 허구의 시간을 곱씹게 한다.
1996년 클라르바우트는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브르통이 1980년대에 작곡한 음악을 우연히 들으며 명상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휴식과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영상 작품을 구상하였다. <여행>은 작가의 오랜 아이디어가 구현된 작품으로 어느 공원의 벤치에서 시작한다. 카메라가 서서히 숲 속으로 이동하면서 관객은 가벼운 산책로, 고사리가 자라나는 깊고 어두운 숲, 물이 흐르는 계곡, 녹음이 우거진 숲, 거친 정글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의 모든 이미지는 3년에 걸쳐 작가가 하나하나 컴퓨터로 직접 만든 가상의 풍경이다. 음악과 어우러진 자연의 이미지와 유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안식과도 같은 체험을 제공한다.
달이 순환하는 자연의 시간과 이와 어우러진 인간의 삶, 신화와 예술에 대한 백남준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백남준은 이 작품을 1965년 뉴욕 보니노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당시에는 진공관 TV에 자석을 갖다 대어 달의 각기 다른 모습을 만들어냈다. 진공관 TV가 단종된 이후에는 구형으로 생긴 물체를 촬영하여 텔레비전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2000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이어지는 12개의 달을 담은 텔레비전과 이 작품을 모티브로 1997년에 제작된 비디오가 추가된 총 13대의 텔레비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남준은 보름달 안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을 떠올리는 한국의 전승동화를 연상하면서, 인간의 상상력을 투사한 달과 현대의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또 다른 달인 텔레비전을 연결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인간의 상상을 달에 투영하던 전자시대 이전의 삶의 풍경과 함께 달의 변화라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