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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기간/ 2018.03.22(목) ~ 2018.06.24(일)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제 2전시실
▶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방식의 감정의 흐름, 감각의 전이 현상에 대해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 기획전
■ 전시개요
전시명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전시기간
2018. 03. 22(목) ~ 2018. 06. 24(일)
전시장소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제 2전시실
개막식
2018년 3월 22일(목) 오후 4시 (장소 : 1층 로비)
행 사
[퍼포먼스]
– 일시: 3월 22일 오후 4시 30분
– 참여 작가: 이윤정(안무가)
기획
김현정(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김성은(삼성미술관 리움 책임연구원)
참여작가
권혜원, 김다움, 라그나 캬르탄슨·더 내셔널, 로잘린드 나샤시비, 보얀 죠르제프 (협업: 카타리나 포포비치, 시니샤 일리치), 세실 에반스, 에드 앳킨스,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 이윤정, 일상의 실천, 펨케 헤레그라벤, 함양아, 홍민키 (13명/팀)
작품수
16점
주최 및 주관
백남준아트센터 로고 이미지입니다 경기문화재단 로고 이미지입니다
협 찬
로고
■ 프로그램 개요
[퍼포먼스]
v프로그램개요는 프로그램, 일시, 장소로 이루어진 표입니다
프로그램 일시 장소
<점과 척추 사이> 이윤정(참여작가) 3월 22일(목)
오후 4시 30분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제 2전시실
<마르크스주의의
은밀한 매력>
보얀 죠르제프
(협업: 카타리나 포포비치,
시니샤 일리치),

김남시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
5월 17일(목) – 19일(토) 백남준아트센터
<피피월드
오픈베타 서비스>
홍민키(참여작가) 3월 24일, 4월 7일,
4월 21일, 6월 9일,
6월 23일
(매 토요일, 오후2-6시)
백남준아트센터
[토크 프로그램]
4월-6월 기간 중 참여작가와 큐레이터의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토크 프로그램 관련 자세한 내용은 추후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입니다.
■ 전시 소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2018년 3월 22일부터 2018년 6월 24일까지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을 개최한다. 개막일 3월 22일 오후 4시 30분에는 참여작가 이윤정의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은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회 정치적 변화들을 함께 겪고 함께 이루는 목격자이자 참여자로서 감정의 흐름, 감각의 전이 현상에 대해 동시대 미술이 주목하는 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영상,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디자인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자의 시선으로 감정의 형태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개인의 산발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공동의 가치로 치환시키는가, 그리고 개인이 광장으로 나오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안에 설 수 있는 광장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기술적 발전이 바꿔 나가고 있는 세계를 감정의 차원으로 다시 바라보며 사회적 문제에 반응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일에 있어 테크놀로지가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고든다.

전시에 참여하는 13명(팀)의 작가들은 불안하고 위태롭고 무력하게 느껴지는 오늘의 세상을 살아가는 미약한 그 마음들이 자신들의 소리를 밖으로 내뱉을 때, 비록 뜻 모를 웅얼거림처럼 들릴지라도 그것이 모여 어떤 일렁거림을 일으킬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연결과 고립, 감정의 분출과 통제의 관계가 저마다 다른 여럿의 목소리의 물결을 타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그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아직은 아닌 새로운 현실이 ‘사이’에서 태어나고 ‘곁’으로 쌓여가며 또 다른 공동 전선을 구축해 간다.

참여 작가들은 70,80년대 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함양아 작가와 홍민키 작가의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며, 해외 작가 중 에드 앳킨스, 세실 에반스는 최근 국내 미술 저널에서 선정한 동시대 미술가 45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로잘린 나샤시비는 2017년 터너상 후보,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는 2010년 독일 Nam June Paik Award 후보로, 주목할 만 한 작가들의 작품이 포진되어 있다.
작가 및 작품 소개
1. 일상의 실천(한국),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2018, 전시 아이덴티티 디자인, 그래픽 설치, 출판
1-일상의실천

일상의 실천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소규모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평면작업에만 머무르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의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나랑 상관 없잖아> 포스터부터 2017년 <운동의 방식> 전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자체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너’와 ‘나’의 경계를 고민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는 디자인의 길을 모색하며, 다양한 사회적 운동의 방식 중 하나로서 디자인을 도구 삼아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정을 교환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의 얼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감정의 불명확한 전이와 흐름을 굽이치듯 유동하는 물성의 질감으로 다양하게 변주하여 전시 아이덴티티와 함께 전시장 곳곳에 영상과 프린트로 개입한다. 발간되는 전시 도록에도 이러한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여 전시의 이야기를 지면만의 또 다른 방식으로 풀어 놓는다.
2. 이윤정(한국), <점과 척추 사이>, 2018, 퍼포먼스, 비디오 기록
2-이윤정_1과4
*전작 <1과4>, 2017, 퍼포먼스 비디오 기록, 49:37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이윤정은 ‘사이’에 대한 작업을 퍼포먼스로 펼친다. 몸과 공간 사이, 몸과 시간 사이, 몸과 말 사이, 몸과 몸 사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무용을 통한 신체의 접촉과 크고 작은 그 신체적 갈등 속에서 여러 사이들로부터 발생하는 나와 타인, 개인과 사회, 소수와 다수, 균형과 불균형의 관계에 몰두한다.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선보일 <점과 척추 사이>는 이윤정이 자신의 옆으로 굽은 척추와 팔 안쪽에 있는 커다란 점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데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개인적인 추적과 성찰로부터 사회적 시선의 폭력과 억압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그 다수의 시선이 신체의 고통으로 남아있음을 깨닫는 것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안무와 무용의 몸부림으로 표출해 나가며 점차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낀 이윤정은, 개인적인 일이라 여겼던 것들이 실은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의 자각이 혹시 나는 누군가에게 다수의 시선인 적은 없는지 점검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제의 리서치를 전작인 <75분의 1초>(2015), <1과 4>(2017)에 이어 이번 신작 <점과 척추 사이>를 통해 솔로로 선보이게 된다.
3. 에드 앳킨스(영국), <쉭 소리를 내는 자>, 2015, 2채널 HD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1:51
(이미지 제공: 작가, 런던 캐비넷 갤러리)
3-에드앳킨스_쉭소리를내는자

디지털 시대의 불안한 감정이 어떻게 신체를 제어하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에드 앳킨스는 정교한 고화질 영상과 시적이고 문학적인 성격을 결합한다. <쉭 소리를 내는 자>는 거대한 싱크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버렸다는 미국 플로리다의 한 남자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CGI 그래픽 기술이 극사실주의적으로 창조한 남성 캐릭터는 깊은 밤 평범하지만 어쩐지 기이하고 처연한 분위기의 방 안에서 슬픔과 고독과 욕망에 시달리는 듯 보인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갑자기 방 한구석에서 로르샤흐 심리 테스트 카드를 뒤적거린다. 그러더니 컴퓨터 화면 속 백지 상태와 같은 공간에 나타나 알몸으로 떠돌며 “미안해 나는 몰랐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를 반복적으로 중얼거린다. 가상의 환경에서 이 아바타 같은 인물은 현실 삶에서 겪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처음인 듯 횡설수설 한숨 섞인 노래를 읊조린다. “그래, 땅에서 다시 발을 떼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게 돌아오는 걸 내 안에서 느낄 수 있네”, “그녀의 삶이 그렇게 슬픈 줄 몰랐어, 난 울었지”. 그리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의 방은 어떤 구멍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4.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리투아니아),
4-1. <심문>, 2009,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3:00
4-1-이그나스크룽레비시우스_심문

사운드 아티스트인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는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심문>을 작업했다. 이 작품의 텍스트는 2004년 미국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메리 코빅이라는 여인의 심문과정을 기록한 조서를 바탕으로 하여 심문 경찰관과 피의자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다. 모든 시각적 정보는 제거하고 컴퓨터로 작성한 문장들만이 검은 바탕의 두 개 화면에 선명한 흰 색의 서체로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데 여기에 대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전자적 사운드가 더해진다. 당시 심문에는 수사 대상의 심리에 단계별로 다르게 접근하는 리드(REID) 기법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답변의 지연을 나타내는 붉은 색, 푸른 색의 컬러 화면이 섬광처럼 번쩍이기도 하는 가운데, 소리의 날카로운 음색과 절정을 향해가는 박동은 작품의 감상자들 또한 두 사람의 팽팽한 감정의 파고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작가는 타이핑된 글자가 인간의 대화로 들리고 느껴지도록 언어가 아닌 소리의 억양, 리듬, 선율을 단어 하나하나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곡하였다.
4-2. <자백>, 2011, 싱글채널 비디오 8개, 사운드, 55:00
4-2-이그나스크룽레비시우스_자백

<심문>의 대구 같은 작업인 <자백>은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법원 재판 기록의 텍스트를 소재로 한다. 이들 범죄자의 발언 중 다른 부분은 모두 드러내고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바로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말하는 대목의 텍스트만 추렸다. 가장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가 벌어지는 순간에도 논리적 판단과 합리화, 행동에 대한 후회나 후회 없음 등 인간 보편의 내적 심리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에 작가는 주목했다. 화면의 문장들은 자연스러운 읽기의 대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침묵처럼 검은 화면들에 번쩍거리는 흰 화면이 무작위로 등장하고, 흰 색의 수직선, 수평선이 움직이기도 하며, 백색소음 같은 배경이 밀려 들어왔다 나가기도 한다. 글자의 크기도 다를 뿐만 아니라 문장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단어별로 끊어져 등장해서는 잠시 화면에 머물기도 한다. 여기에 강렬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 같은 사운드가 동반된다. 불편하고 거슬리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이 소리들의 속도와 질감은 건조한 텍스트에 감정의 결을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덟 명의 인물들에 대한 각 싱글채널 비디오를 이어서 상영한다.
5. 보얀 죠르제프(협업: 카타리나 포포비치, 시니샤 일리치), <마르크스주의의 은밀한 매력>, 2013-현재, 식사와 토론 퍼포먼스, 혼합매체, 120분
5-보얀죠르제프_마르크스주의의은밀한매력

이 작품의 제목은 루이스 브뉴엘 감독의 1972년 영화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에서 차용하였다.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을 풍자한 이 영화에서 줄거리의 축을 이루는 것은 매번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는 만찬 모임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은밀한 매력>은 이 ‘식사’를 모티브로 만찬의 메뉴를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동시대 담론으로 한다. 여섯 코스로 된 <마르크스주의의 은밀한 매력> 만찬에 초대받은 관람객들은 식사를 이끄는 호스트 역할의 작가와 함께 계급 간의 갈등과 혁명을 다룬 마르크스주의의 현재적 의미들을 함께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게 된다. 전체 토론은 학술적인 성격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이벤트로서 식사의 형식을 취하여 관람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만큼 그 내용을 섭취하고 나누는 일은 현장의 분위기와 참여자들 간의 화학작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 작품은 세르비아 출신 무대예술 연출가인 보얀 죠르제프가 시각예술가 시니샤 일리치, 그래픽 디자이너 카타리나 포포비치와 협업하여 제작, 2013년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된 후 제네바, 베오그라드, 베를린, 브뤼셀, 리스본, 상하이 등에서 공연 된 바 있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인 올해 2018년, 5월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이 만찬장은 또 다른 광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6. 권혜원(한국), <바리케이트에서 만나요>, 2016/2018, 8채널 HD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10:47
6-권혜원_바리게이트에서만나요

권혜원은 과거에 일어났던 특정한 사건들과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조사한 후 공식적인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은 개인과 공간의 이야기를 포착하여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바리케이트에서 만나요>는 저항가요와 바리케이트 구조물이 구체화하는 시간과 정서의 경험을 새롭게 펼쳐 놓는다. 세계 각 지역에서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저항했던 집단이 시위 현장에서 부른 대중가요와 구축한 바리케이트의 건축적 구성이 짝을 이뤄 여덟 개의 모니터, 스피커로 제시된다. 관람객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부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까지 각 노래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과 바리케이트의 조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개별적인 감상뿐만 아니라 전체가 이루는 대열의 소리와 모습으로도 함께 듣고 볼 수 있다. 그 노래들이 불렸던 역사적, 현재적 저항의 현장들이 관람자에게 통시적인 서사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중의 신체적인 움직임이 정서적으로 폭발하여 집합적인 힘을 갖고 자발적인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7. 세실 에반스(영국), <마음이 원하는 것>, 2016, 싱글 채널 HD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41:05 (이미지 제공: 작가)
7-세실에반스_마음이원하는것

미래에 인간임은 무엇을 의미하게 될지, 나아가 무엇이 인간으로 여겨질지에 대해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는 감정이 어떻게 순환하고 교환되며 그 인간성과 관련하여 감정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포함된다. 이 작품에서는 “K 이후”라 명명된 시대의 시스템인 “하이퍼”라는 여자 주인공이 내레이터가 되어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연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육체에서 분리된 귀들의 노동조합, 스팸봇, 로봇이 돌보는 가운데 실험실에서 사는 어린이들, 죽지 않는 세포, 그리고 기억하는 인간 주체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과거로부터의 기억 등이다. 이들은 정치, 지리, 사랑 등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들며 자신이 인간으로 간주될 수 있는 능력에 관해 언쟁을 벌인다. 반사되는 바닥을 내려다보는 “블랙박스” 플랫폼에서 관람객은 이중의 이미지로 비춰지는 비디오영상을보게된다.
8. 라그나 캬르탄슨·더 내셔널(아이슬란드), <많은 슬픔>, 2013-2014,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09:35
(이미지 제공: 작가, 뉴욕 루링 오거스틴, 레익자빅 8갤러리)
8-라그나캬르탄슨더내셔널_많은슬픔

2013년 5월 5일 뉴욕 현대미술관 PS1의 폭스바겐 돔 공간에서는 인디 록밴드 더 내셔널의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곡은 단 한 곡 <슬픔>이었다. 더 내셔널은 3분 25초의 이 곡을 청중들 앞에서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반복해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어린 시절 슬픔이 나를 찾아왔죠, 슬픔은 기다렸고, 결국 슬픔은 저를 이겨버렸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저음의 리드보컬 목소리가 폭이 크지 않은 음역 안에서 비애, 우울의 정서를 눌러 담는 듯 하다. 그러나 쉼 없는 공연 속에서 노래는 계속해서 변주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쌓여가는 피로는 오히려 슬픔의 파형과 파장을 확장시킨다. 밴드와 청중의 관계 또한 변화하는 분위기를 타고 서로에게 잔잔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라그나 캬르탄슨은 이 공연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하여 <많은 슬픔>이라는 작품으로 만들면서, 단순히 라이브 콘서트 실황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지속과 노래의 반복이 가져오는 감정과 신체의 변화를 소리의 조각적 존재감을 통해 느껴지도록 하였다.
9. 함양아(한국)
9-1. <잠>, 2016, 2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8:00
9-1-함양아_잠

체육관이라는 장소는 공공을 위한 행사, 다양한 신체적 활동을 벌이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또한 재난 발생 시 임시 대피소로 활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작품 <잠> 속 체육관은 사회 시스템을 은유한다. 바닥에 어지럽게 놓인 매트에 누워 몸을 구부리고 자는 사람들, 감독관처럼 의자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잠이 드는 사람들, 그리고 주위에 서서 정리인지 통제인지 모를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이 체육관은 채워져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충격을 추스르며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던 함양아는 일어나지 않았어야만 했던 비극적인 사건들을 이 작품으로 연상시키면서 사회라는 시스템 자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을 마주한 개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실었다. 온당하고 마땅한 보호나 위안과는 거리가 먼 체육관 안의 신체들을 휘감고 있는 감정은 명백하지도, 획일적이지도 않다. 작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면서 어떻게 감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갖고 <잠>을 “추상화된 리얼리티”로 제시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초상과 그 감정들의 리얼리티를 드러내 보인다.
9-2.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를 위한 스케치>, 2018,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00
9-1-함양아_정의되지않은파노라마를위한스케치

<잠>이라는 작품을 낳은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함양아가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 연구를 병행한 작업을 하도록 했다.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사회가 이대로는 결국 침몰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가의 작업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이 있다. 그것은 개인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예술이자 삶의 실천 방식의 하나인 예술이다. 이상적인 사회 시스템의 대안을 찾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을 작동하는 개인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개인, 자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공존의 능력을 가진 개인, 그래서 자신의 삶과 사회를 창조해낼 수 있는 개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를 위한 스케치>는 위와 같은 주제들을 작가가 생각하고 실행하는 실험적 여정에서 다음 전환이 일어나는 과도기를 담고 있다. 조망하려는 파노라마 안의 존재들과 그 안에 함께 하면서 바로 그것을 정의해 나가는 일에 관한 비디오 스케치이다.
10. 김다움(한국), <맹지>, 2016, 4채널 HD 비디오 8채널 오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9:00
10-김다움_맹지

홍콩, 타이베이, 서울의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세 친구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편지 형식의 대화에 실었다. 부동산에서 다른 소유자의 땅으로 둘러싸여 통로가 없는 땅을 의미하는 ‘맹지’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맹지, 그리고 이들을 접속시켜 관계를 맺게 하는 인터페이스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이 제작될 무렵 홍콩, 대만, 한국은 ‘우산’, ‘해바라기’, ‘촛불’로 상징되는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사회적 격동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작품 속 화자인 아시아의 세 청년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처지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털어놓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관람객을 에워싸는 영상과 소리를 타고 흘러가며 이들이 주고받는 감정들 속에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실은 역사적, 사회적으로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지나가지 않으면 어디로 가거나 무엇을 할 수도 없다”는 목소리는 관람객 또한 그 대화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보이지 않는 화자로서 또 다른 인터페이스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11. 펨케 헤레그라벤(네덜란드), <위태로운 마라톤>, 2015, 시간기반 생성 설치, 컬러, 사운드
11-펨케헤레그라벤_위태로운마라톤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패널토론은 미술관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형식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펨케 헤레그라벤은 예술, 주식거래, 놀이를 주제로 하여 인간이 아닌 채팅봇들의 패널토론을 기획하였다. <위태로운 마라톤>을 위해 작가가 설계한 4인의 채팅봇, 즉 4개의 컴퓨터 프로그램은 토론 모더레이터, 초단타 매매자, 불면증을 앓는 예술가, 그리고 문화 평론가이다. 각각 기억 데이터베이스와 동작 규칙 집합을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서로의 발언에 반응하여 텍스트와 사운드를 즉각적으로 생성해낸다. 발언하는 채팅봇의 모니터는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자막이 뜨고, 나머지 세 개의 모니터는 다양한 색깔의 화면으로 여러 가지 그래픽 추상 패턴을 보여준다.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추상적인 소리도 낸다. 오로지 알고리즘에 의해 진행되는 이 패널토론은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으며, 인간의 신체가 개입하지 않으므로 토론자의 육체적 탈진이나 정신적인 고갈 없이 끝없이 지속될 수 있다. 포스트 포드주의의 노동시간 유연화, 다시 말해 온라인에서 24시간 한없이 일어날 수있는 노동을 암시한다.
12. 홍민키(한국)
12-1. <NPC 튜토리얼>, 2017, 3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혼합재료, 1:16:35
12-1-홍민키_NJP튜토리얼

공공의 논의가 벌어지는 온라인 플랫폼은 속도감 있게 의견을 표현하고 주저함 없이 격렬한 토론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장이다. 반면에 정보의 원천이 모호하고 사실이 아닌 뉴스가 분란을 일으키며 SNS의 자동편집 같은 기능은 정보에 선별적으로 접근하게 하여 의견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홍민키는 온오프라인 공론의 특징을 게임의 형식으로 재현한다. 온라인상의 ‘게임 플레이어’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과 감춰진 문제들에 대한 단계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는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상의 ‘파티 없는 응원단(Non-Party Cheerleaders)’을 이끌게 된다. 어떤 정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 진행 과정이 달라지므로 플레이어는 그 영향력을 인식한 상태에서 게임에 임한다. 이 응원단은 또한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며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Non-Player Characters)이기도 한다. 이들은 사안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광화문광장, 종로, 한남동, 이화여자대학교, 노량진수산시장 등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전한다.
12-2. <피피월드 오픈베타 서비스>, 2016/2018, 퍼포먼스(스티커 사진기, 애플리케이션)
12-2-홍민키_피피월드오픈베타서비스

홍민키는 2016년 <피피월드 클로즈베타 테스트(v.17.02.16)>라는 스티커 사진기와 애플리케이션을 프로그래머 김나희와 함께 개발한 바 있다. 사진의 배경은 사회적, 정치적 쟁점들을 반영한 이미지로 구성하고 구호에 사용되거나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을 더하였는데, 전형적인 스티커 사진 배경 화면처럼 형형색색으로 명랑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여 2018년 <피피월드 오픈베타 서비스>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전시실을 포함한 백남준아트센터의 여러 곳에서 작가가 이동식 사진기를 직접 끌고 다니며 관람객들과 함께 한다. 대중적이고 즉각적인 스티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관람객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참여자가 사진을 꾸며 촬영을 하면 피피월드 전용 홈페이지에 사진첩 형식으로 일괄 게시되고 각각의 사진을 클릭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퍼포먼스가 없는 기간에는 결과물로 나온 사진들이 피피월드의 사진첩과 SNS를 타고 퍼져나가며 전시된다.
* 퍼포먼스는 3월 24일, 4월 7일, 4월 21일, 6월 9일, 6월 23일(토) 오후 2-6시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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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로잘린드 나샤시비(영국), <가자의 기운>, 2015, 16mm 필름 HD 비디오 변환, 컬러, 사운드, 17:53
(이미지제공: 작가, 런던 애니메이션 비지터 스튜디오)
13-로잘린드나샤시비_가자의기운

로잘린드 나샤시비는 수 천년 동안 지속되어 온 분쟁의 영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해온 그곳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가자와 이집트의 라파 국경검문소 문 너머로 뭔가를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것은 상점가의 모습, 뛰어 노는 아이들, 바다에서 헤엄치는 말들, 거리에서 담소 나누는 사람들, 편안하게 집안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가자의 기운>에는 일상의 활기, 즐거움, 따분함, 평범함 등이 주조를 이룬다. 그러면서도 골목길에 나타난 커다란 애니메이션 검은 점이 형상화하듯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긴장과 공포, 주변국의 봉쇄 정책으로 겪고 있는 고통의 기운 또한 감돈다.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영감을 얻은 애니메이션 장면들이 삽입된 영상 속 가자 지구는 많은 세계를 품고 있으면서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 보이기도 한다. 예루살렘 출신 팔레스타인 아버지를 둔 작가는 이처럼 여러 다른 감정의 기운으로 숨막힐 듯 꽉 차 있는 이곳에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어린이의 눈으로 관찰하는 세상으로서 가자 지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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