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전 하룬 미르자: 회로와 시퀀스
admin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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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소음을 이해하다, 하룬 미르자
마이크 스텁스 (리버풀 FACT 관장, 심사위원)
본 심사위원들은,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하룬 미르자를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그는 미디어, 시간, 방송 매체 등을 가지고 매력적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백남준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 언어, 그리고 종교를 넘나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술이 ‘진보’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보다, 그것이 가상의 영역이라는 지속적 믿음이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개념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경계 확장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예술가들에게 부여하는 자격은, 사회에 반성적 성숙함을 표현하고 갈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대상에게는 정신적, 시장적 가치를 부여한다.
때때로 레코드 덱, 트랜지스터 라디오, 탁상용 램프, 그리고 확성기와 같은 익숙한 가전제품을 통합시킨 미르자의 작품들은 인간적 척도에서 전자기력을 표현하는 다다이즘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는 보편성, 물질적 상황과 인식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며, 종합적이고 직접적인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여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고 존재를 각인시킨다.
특히 빈티지한 물건들을 결합시키는 그의 초기의 작품들은, 표면에 낀 녹청의 그윽한 고색이나 그것에 대한 우리 자신의 문화적 관계를 통해, 어떤 ‘감상적인’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백남준도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 기본적인 장치들을 원형 상태로 재‐조합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며, 물체를 변형하여 새로운 기능과 관계를 창출하는 것에 매료된 해커를 자처했을지도 모른다.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와 퍼포먼스, 그리고 텔레비전을 이용해 실험하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들을 결합했다. 그의 작품들은 텔레비전 수상기의 조형 및 운동 값을 발견하며 새로운 텔레비전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네트워크 자체의 잠재력과 기계 안의 소음(유령)에 대한 가능성을 개척하였다. 일상적인 장치들을 흥미롭게 재‐조합한 미르자의 작품들을 백남준도 분명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경제와 기술을 해결책으로 보는근대주의적 신념의 잔해들이, 상상력과 나머지 기계적 산물과 결합되어 실험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냈다. 과학 기술은 이제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전쟁 시기 문화에서 차용된 무선, 아마추어 방송, 소규모 건축과 전기공학의 과거 핵심적 요소를 결합한 모형항공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헛간에서 무언가를 열중해서 만들고 있는 아버지들. 방직공장주였던 백남준의아버지도 아마 아들의 작품을 통해서 무역과 화학을 통한 발명, 어쩌면 형태의 영향과 그로 인한 선–순환 등까지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아들의 작품에서는 전시 상황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그 새로운 장치들이, 예술적 목적 하에,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 작품으로 변환되어, 우리의 현대 제조업자/해커 문화의 선구자이자, ‘혁신’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르자 작품 대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질성은 조형적이고 음성적 형태로,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 필요성, 그 결과 물질적 관여와 실재하는 것에 대한 깊은 필요성을 장난스러우면서도 비판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그러나, 미르자는 어떤 것을 단순히 가시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유머스러운 방식으로 해체하는 것을 선호하며, 볼 수 없는 것을 공간 속에 물리적으로 구현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만약에 예술 작품이, 모호하지만 예측 가능한 형태로 현실과의 균형을 이루는 소설이라고 가정한다면,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기준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을 탐구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재‐조합될 수 있는지에 관한, 그리고 사물의 존재 방식에 관한 판단을 내린다. 이것의 성과는 상상된 허구이나, 우리가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드는 경외감을 통하여, 상당한 중요성과 통찰 가능성을 갖게 된다. 세상을 관찰하고 세상의 구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가의 역할은, 허구적 잠재성이 사실로 변해가는 무한한 경계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 관객들은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과 감각, 그리고 구체화된 지식을 통해 의미를 형성해 나간다. 하룬 미르자는 유용성과 단순 묘사를 반전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얼마든지 복잡하게 느낄 수 있는 현상들을 일으킨다. 관객인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고 완성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통해 관객들과 미르자만의 시청각 시스템을 창조하고 뒤섞는 일련의 실험 과정을 공유한다. 이는 하나의 가능성이자 예측불가능성이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충분히 주의 깊게 듣는다면, 바로 여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소음 공간 속에서, 우리가 바로 그 백색 소음이나 하나의 폭포수가 될 수 있다.
목차
-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에게 던진 질문들 4
- 감사의 글 서진석(백남준아트센터 관장) 12
- 회로와 시퀀스 이수영(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 16
- 작품 34
-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에게 던진 질문들 70
- 2014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심사평 마이크 스텁스(리버풀 FACT 관장, 심사위원) 90
- 하룬 미르자 알기, 우회 전략 김성은(삼성미술관 리움 책임연구원) 94
- 전시 오프닝 110
- 빛소리 스튜디오 111
- 작가 약력 112
(ISBN 978-89-97128-21-1, 113쪽,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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