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없는 그림자 (백남준의 예술에 대하여)
진행기간
2008.07.23(수) 10:00 ~ 17:00
‘영상 예술’이라는, 백남준이 몰두했던 장르의 이름에서부터 쉽게 읽어낼 수 있듯이 백남준은 이미지의 예술가이다. 그런데 이미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과연 오랜 통념대로 기원으로부터 유래하는 이차적인 산물인가? 그런데 백남준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군(群)-대체로 이지들 사이의 구분이 어려운-만큼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이차적인 복사물인지 가려내기 어렵게 만드는 것들도 없다. 기원이 있다기보다는 ‘기원적 이미지’가-모순된 표현이 허용된다면-‘원본적 복제품’이 있을 뿐이다. 원본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피터팬의 그림자처럼, 이 기원적 이미지는 원본의 지배를 둘러싸고 짜여진 우리가 익숙한 질서를 위협하고 혼돈에 빠뜨린다. 기원의 부재는 백남준이 그의 예술을 위해 사용한 도구들인 텔레비전과 인공위쉉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들은 이미지들을 도처에 있게 만들어주지만, 기실 그것 자체는 어떤 기원적 장소도 되지 못한다. 모든 것들을 출현시켜 주는 ‘기원적 부재’ 또는 ‘장소 없음’이라고 해야 할까? 바로 이런 까닭에 이 예술은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윤리와의 연관을 수립한다. 바로 기원적 특권을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근본에서부터 몰아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강의는 이러한 백남준의 예술 세계, 굳이 이름 붙이자면 ‘기원 없는 그림자’의 세계에 대한 짦은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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