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전시한다”는 것에 대해 관객들은 별다른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운드 전시라는 것이 소리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그저 소리를 내는 도구를 보여주거나, 시청각을 적당히 섞은 전시물을 수사적 은유로 치장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백남준아트센터의 기획전 x 사운드=””에서는 이런 성급한 실망을 앞세우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의 어려움(“x 사운드“라는 제목은 정의하기 힘든 대상에 대한 가장 솔직한 정의이다)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소리 자체’를 보여주는 문제에 미련하리만큼 진지하게 매달리는 전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들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존 케이지와 탄생 80주년을 맞는 백남준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존 케이지는 멜로디, 화성, 리듬 등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서양 음악을 자유롭게 하려는 고민 끝에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고 앉아있는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당황한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음(noise)은 음악(music)과 구분할 수 없게 되고, 예측할 수 없는 관객들의 반응이 곡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본과 독일에서 현대음악을 공부한 백남준은 케이지의 실험에 큰 자극을 받아, 그에게 경의를 바침과 동시에 그의 실험을 더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백남준은 피아노를 부수고 장난감, 종이, 심지어 속옷을 피아노에 붙여서 특정한 소리를 내는 물체들을 관객들이 하나하나 지켜볼 수 있게 했고, 더 나아가 흔히 ‘액션뮤직’이라 불리는 그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구체적인 행동과 상황을 요청함으로써, 관객들이 직접 적극적인 작곡자가 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존 케이지와 백남준 각자의 사운드 실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뿐만 아니라 서로의 예술 세계에 바치는 오마주들을 확인시켜 줄 귀한 자료들이 소개됩니다.
두 거장의 소리 실험들은 오늘날 작가들의 작품에서 좀 더 다양하고 매력적인 형태로 확장됩니다. 스위스 작가 지문이 만든 거대한 탑으로 들어가면, 관객들은 203개의 모터들이 일제히 종이상자를 두드리면서 내는 굉음에 둘러싸이면서 소리가 언어나 음악 이전에 신체를 자극하는 진동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지문의 거대한 구조물을 벗어나면 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연주되는, 안리 살라의 작은 드럼을 만나게 되는데, 그 드럼 뒤로 연인의 전형적인 이별장면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헤어짐을 종용하는 여자의 긴장된 목소리는 대답 없는 남자의 드럼소리에 묻혀버리지만, 바로 그 드럼 소리가 일으키는 공기의 진동 때문에, 여자 곁에 놓인 작은 드럼이 저 혼자 움직입니다. 소리는 각자의 복잡한 심경을 전달하지만 소통은 되지 않고, 그러나 그 와중에도 소리로 인해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 지문 203 개의 장치된 모니터, 사운드 설치, 2012
▲ 안리 살라 <대답 좀 해>, 비디오, 컬러, 사운드, 2008
▲오토모 요시히데+야수토모 아오야마 <위드아웃 레코드>, 사운드 설치, 2012
이번 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리들은 단순히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아니라, 공간 속의 진동이 되어 관객의 몸 전체를 자극하고, 시각 이미지와 협연을 하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리가 아니라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소리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유를 일깨우는 소리가 됩니다.
소리에 대한 감각을 새로이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백남준아트센터의 (x_sound :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소현(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