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백남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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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우리는 왜 백남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까요? 올해는 백남준의 탄생 80주년인 만큼 이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이 국내외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탄생 몇 주년, 혹은 추모 몇 주기와 같이 기념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해서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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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주스에 적신 머리로 한지 위에 선을 긋는 <머리를 위한 선(仙)>을 통해 백남준은 인간의 한정된 신체 행위를 넘어 몸 그 자체에 집중토록 했습니다. 이는 전통과 습관의 틀에갇힌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본질인지를 되묻고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진 것이죠.

텔레비전 가까이에 자석을 갖다 대면 추상화와 같은 화면이 나타나는 <자석 TV>, 인터넷의 등장을 예견한 <전자수퍼하이웨이>, 위성통신을 이용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은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형성하는 현재의 시대상을 예견한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들을 일컬어 예언자로서의 백남준을 칭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미래를 예측했다는 사실보다 인간이 지녀야 할 삶의 태도와 덕목을 암시한다는 사실입니다.

1960년대 이후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텔레비전을 비롯한 기술의 산물들이 예술의 매체로 등장했죠. 백남준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예술과 비예술, 동양과 서양, 인간과 기술은 서로 대척되는 관계가 아닙니다. 문명에의 찬양이 자연의 폄하를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문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으로 관객을 인도합니다. 백남준은 인간과 기계를 하나의 앙상블로 만드는 “기술의 인간화”를 위해 예술 작품을 매개체로 사용했죠. 다시 말해서 그의 작업은 기술과 자연, 기술과 예술, 기술과 종교의 대립을 무화시키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정하여 새로운 형태로 변환한 일종의 ‘발명품’인 셈입니다.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47분 37초, 컬러, 사운드, 백남준아트센터 비디오 아카이브 소장.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2008년 개관 이후 전시, 학술, 교육, 퍼포먼스 등의 프로젝트를 통하여 백남준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은 백남준의 ‘발명품’을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리고 이 집 안에 우리가 왜 백남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집이 지어질 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경화(백남준아트센터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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