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2012 존 케이지를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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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엑스 사운드,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라는 존 케이지 관련 전시와 <존 케이지 콘서트>가 한창입니다. 존 케이지라는 인물이 좀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 소개되면서 다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케이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서 여러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케이지의 <4분 33초>는 지정된 세 부분 동안 피아노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곡입니다. 이 세 부분의 시간을 모두 합하면 4분 33초가 됩니다. 케이지의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에는 찬사와 함께 혹독한 비난이 따랐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1952년에 케이지가 <4분 33초>를 발표한 이후 후대의 예술가들은 케이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백남준 역시 그러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백남준은 1958년 독일의 한 갤러리에서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라는 곡을 발표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는 자신의 <피아노 포르테 연습곡>을 연주하다가 청중석에 앉아 있던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라버립니다. 케이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표명이었을까요? 그 이후로 백남준과 케이지의 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논하며 같이 협업하는 관계로 발전해나갑니다.

이번 존 케이지 콘서트에서는 초기 작곡이라 할 수 있는 ‘장치된 피아노’를 사용한 레퍼토리와 후기에 숫자 제목으로 단 ‘숫자 시리즈’가 연주됩니다. 피아노의 현에 여러 가지 물건을 집어넣어 연주를 하면 북소리나 맑은 실로폰 소리로 피아노 소리가 변합니다. 케이지는 이를 이용해서 다양한 효과를 내는 피아노곡을 작곡했습니다. 이후 전자음악이나 테이프 음악 등 실험적인 음악을 작곡하다가 후기(1987-1992)에는 다시 클래식한 악기들을 사용한 ‘숫자 시리즈’를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7>이란 곡은 일곱 명의 연주자가, <101>이라는 곡은 101명의 연주자가 연주한다는 뜻입니다. 이 후기의 곡들은 매우 어려운 테크닉과 빠른 빠르기로 연주자들에게 악명이 높은 곡이기도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서 에카핍 앙상블이나 콰르텟 가이아의 수준 높은 연주로 다시 해석될 것입니다.

전시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지만 전시장에서 만나는 케이지. 다른 관객들의 발소리와 아이들의 속삭임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다른 작품들의 사운드까지 이 모든 소리 환경이 케이지의 음악을 오늘날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되살려냅니다.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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