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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기간/ 2018.10.11(목) ~ 2019.02.03(일)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1, 2층 전시실
전시개요
전 시 명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전 《#예술 #공유지 #백남준》
전시기간
2018. 10. 11(목) – 2019. 2. 3(일)
기획
이채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이수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전시장소
백남준아트센터 1, 2층 전시실
참여작가
백남준, 요셉 보이스, 박이소, 블라스트 씨어리, 안규철, 언메이크랩x데이터 유니온 콜렉티브, 리미니 프로토콜,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옥인 콜렉티브, 남화연, 파트 타임 스위트, 정재철, 히만 청(총 13명/팀)
주최 및 주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예술 #공유지 #백남준》 소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2018년 10월 11일부터 2019년 2월 3일까지 개관 10주년 기념전 《#예술 #공유지 #백남준》을 개최한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예술 공유지, 백남준” 이라는 모토를 기반으로 한 이번 전시는 예술의 새로운 존재론과 소통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하여 ‘공유지’로서의 미술관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한다.
《#예술 #공유지 #백남준》 전시는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라고 말한 백남준의 선언과 맞닿아 있다. 백남준은 「글로벌 그루브와 비디오 공동시장」(1970)이라는 글을 통해서, 비디오를 유럽공동시장의 원형처럼 자유롭게 소통시켜 정보와 유통이 활성화되는 일종의 ‘공유지(Commons)’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백남준의 이러한 생각은 그가 몸담았던 예술 공동체 ‘플럭서스(Fluxus)’가 지향했던 예술의 민주적 창작과 사용에 대한 고민과도 연결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작품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코끼리 수레>, <굿모닝 미스터 오웰>등을 통해 공유재로서의 미디어의 역사, 플럭서스와 예술 공동체에 대한 탐구, 그리고 신디사이저에 대한 지적 재산을 공동의 것으로 남겨둔 백남준의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관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모두가 예술가”라고 칭하며 삶 자체를 예술로 보고 예술이 지닌 정치적 혁명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요셉 보이스의 작업들로 자본화된 예술 안에서 새로운 예술의 존재론을 제시한 선구자들의 사유를 보여준다.

⦁ 세상을 감각하고 중재하는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

《#예술#공유지#백남준》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지난 10년간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퍼포먼스,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던 작가들로, 10년간의 백남준아트센터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예술로 새롭게 세상과 소통하고 재건하고자 했던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의 선구적 사유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이번 전시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제시하는 ‘세상을 감각하고 지각하며 중재하는 예술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안규철, 옥인 콜렉티브,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언메이크랩 X 데이터 유니온 콜렉티브, 정재철은 그들의 신작으로 이러한 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안규철 작가는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라는 작업에서 소리를 굴절하여 반사하는 ‘사운드 미러’를 설치한다. 사운드 미러 앞에서 관객은 공간을 울리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소리라는 물결이 하나의 점에 수렴되어 큰 울림을 만드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 물결이 다시금 퍼져 나가는 것을 꿈꾼다. 옥인 콜렉티브는 <The More, The Better(다다익선)>이라는 작업으로 예술 작품의 탄생과 죽음에 질문을 던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이 멈춘 현재, 예술 작품의 보존과 복원, 그리고 그 소멸에 관여하는 것은 어떤 요소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술가의 위치와 관객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탐구한다. ‘공유재로서의 예술’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언메이크랩X데이터유니온 콜렉티브는 이번 전시를 위해 언메이크랩이 주축이 되어 결합된 콜렉티브이다. 이들은 <데이터 유니온 만들기>라는 작업을 통해 정보기술사회 속에서 ‘데이터’라는 변환 가능한 잠재성을 가진 물질의 생산과 흐름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아래 ‘데이터 유니온’이라는 연대를 상상한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www.dataunion.kr 에 접속하여 디지털 시대의 개인의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연대의 가능성에 대한 토론과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이에 대한 라운드 테이블과 논의의 내용이 인쇄되어 배포될 예정이다. 정재철 작가는 2013년부터 시작한 ‘블루 오션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크라켄-또 다른 부분>이라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2018년의 제주도와 신안 앞바다의 쓰레기를 채취하고 기록한 것으로, 바다라는 인류 공통의 공유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를 통해 공유지에서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질문한다.

⦁ 예술이라는 공유지 그리고 공유재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은 또한 ‘공동체의 규율과 협력으로 상생의 지대를 만드는 공유지, 공유재’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남화연 작가의 <임진가와>는 구전되어오는 공동체의 노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공동의 기억을 발굴한다. <임진가와>가 처음 함께 불렸던 시/공간, 그것을 들은 사람들과 그 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부르고 전파시킨 과정들을 쫓으면서 작가가 발굴하는 것은 ‘노래’라는 공통의 가락이 공유되고 전승되어온 공동의 시간이다. 박이소의 <오늘>작업 역시 인류 공동의 공유지 ‘하늘’을 설치한 작품이다. 작가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설치를 위해 작성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재 제작된 이 작품에서 우리는 과정중인 예술, 경계선을 넘나드는 자유롭고 불안한 진자 운동 사이에 존재하는 예술의 위치를 발견한다. 히만 청의 ‘작품’ 역시 새로운 형태의 공유재를 제시한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이미지 파일의 형태로 존재하는 <나는 믿고 싶다>는 전시장과 길거리, 혹은 누군가의 방에 걸려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X 파일’ 포스터를 변형한 이 작업을 통해 이 포스터가 나타내는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은밀한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한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여덟 가지 글자, 즉 사주팔자를 기본으로 하는 학문 ‘명리’에 주목한다. 작가는 명리를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대한 통계이자 인간의 관계로 구성되는 일종의 공유지로 보고 이번 전시에서 극작과 연극의 형태를 실험한다. 백남준과 동료 작가들의 명리로 구성되는 동명의 연극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2019년 1월 4일과 5일에 공연된다.

⦁ 공유지로서의 도시

리미니 프로토콜의 <100% 도시>시리즈는 이미 32개 도시에서 열렸던 공연 시리즈이다. 독일의 퍼포먼스 콜렉티브 리미니 프로토콜은 예술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100% 광주>와 <100% 암스테르담>공연 비디오에 각각 등장하는 100명의 시민들은 특정한 도시의 인구통계학을 대신한다. 그리고 노령화, 복지, 이민, 그리고 관계 등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해 열렸던 광주와 암스테르담 두 도시의 퍼포먼스 비디오로 각기 다른 도시의 정체성과 사유를 대비해 볼 수 있다. 도시 공유지에 대한 탐구는 블라스트 씨어리의 <브랜치>에서도 발견된다. 백남준아트센터 주변의 식당, 가게의 종업원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가 탐구해야 할 질문을 발견하는 일종의 ‘놀이 스코어’인 이 작업의 핵심은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있다. 작가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한, 그리고 그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이 게임은 도시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서로 다른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는 공유지’이며 이 공유지는 낯선 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랜치>는 전시 기간 중 관객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8회의 퍼포먼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파트 타임 스위트의 작업에서는 도시의 버려진 공간 속에 존재하는 도시 공유지의 희망을 발견한다. <부동산의 발라드 1>이라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스페인의 미분양되어 버려진 부동산을 점유한 공동체들을 촬영한다.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건물들 사이에서 공간을 함께 나누고 운영하는 모습에서 사유재산의 논리를 거스르는 공동의 공간에서 배어나오는 ‘즐거움의 메타포’를 발견한다.

동시대 예술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동시대 미술관의 질문과도 연결된다. 새로운 10년의 목전에서 백남준아트센터의 《#예술 #공유지 #백남준》전은 예술의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가 “다중의 목소리와 반대의 목소리가 공명을 이루는” 미래미술관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 될 것 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사유화되고 상품이 되어 신음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비디오아트에서 찾았던 백남준으로부터 시작된 공유지 실험이 예술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백남준아트센터 #10년 #아카이브>소개
10주년 아카이브 전시<#백남준아트센터 #10년 #아카이브 #NJPAC #10years #Archive>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2018년 10월 11일부터 백남준아트센터의 10년간의 기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백남준아트센터 #10년 #아카이브>를 아트센터 1층에서 선보인다. <#백남준아트센터 #10년 #아카이브>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백남준아트센터의 10년을 나타내는 다양한 통계, 단어 분석과 함께, 아트센터가 기획한 전시, 교육, 학술 및 퍼블릭 프로그램들의 사진과 출판물을 포함한다. 또한 아트센터에서 진행했던 퍼포먼스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정보 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동시에 제공한다. 비선형적이고 유기적으로 배열된 아카이브를 통해 10년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 단어로 보는 백남준아트센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간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분석 결과 도출된 백남준아트센터 연관어들은 아트센터, 지역, 매체, 예술유형으로 나타났다.

⦁ 숫자로 보는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각각 42종의 전시와 퍼포먼스(총 84종), 133종의 교육프로그램과 25종의 학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총 60종의 연구서를 발간했다. 총 571명/팀의 작가들이 아트센터를 통해 작업을 선보였고, 19,621명이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101명의 외부 연구자들이 학술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10년간 총 1,522,090명이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를 관람(연 평균 152,000여 명)했고, 무료운영 기간(198,692명)은 유료운영 기간(121,219명) 대비 63%가 높은 평균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관객들은 5월과 8월, 10월에 많이 방문하고, 2월에 방문을 가장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2013년 대비 16% 감소하였으나, SNS 팔로워 수는 같은 기간 동안 76% 증가 추세를 보였다.
아트센터는 10년 동안 연 평균 355일(정기휴관일 포함)을 운영했으며, 사업예산은 2008년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사업예산은 연 평균 12억원으로 개관 후 3년 평균 대비 60% 감소했다. 사업별 예산은 전시(특별사업 포함) – 학술연구 – 국제예술상 – 관람객서비스 – 교육 – 소장품 관리의 순으로 배정되었다. 또한 2011년 이후 소장품 구매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가 2018년 새롭게 책정되었다.
작품 소개
1-1. 백남준,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 1964, 종이에 인쇄, 백남준아트센터 아카이브
개관 10주년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라틴어로 ‘흐름’을 뜻하는 플럭서스는 60년대에 유럽과 다른 여러 곳에서 활동했었던 예술가 그룹을 지칭하는 말이다. 플럭서스 작가들은 작품뿐 아니라 삶의 모든 조건들을 공유하는 친밀한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들의 우정에 기초한 작품과 삶은 일종의 예술 공유지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의 사유화와 상업화에 반대하는 플럭서스의 예술은 백남준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백남준이 1964년에 제작한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의 섬>은 볼프 보스텔이 만든 플럭서스 잡지인 「데콜라주」 4호의 홍보를 위한 포스터이다. 백남준은 종이 위에 유럽 대륙의 모습을 닮은 플럭서스 섬을 그리고, “적대적 종족이 섞인 공간,” “원자폭탄과 그 희생자들의 무덤” 등의 문구를 적어 넣었다. 이 작품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비판정신에 기반해 유머러스하면서도 간결한 표현과 다문화적인 감각이 결합되어 있는 플럭서스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같이 전시된 <러닝머신 키트>는 2013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 《러닝머신》에 참가한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제작한 키트로, 여러 게임과 드로잉 등을 직접 수행하도록 제작된 일종의 학습도구이다
1-2. 백남준, <보이스 복스>, 1961-1988, 혼합매체,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보이스 복스>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의 깊은 관계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이 작품은 보이스가 세상을 떠난 후 백남준이 추모의 뜻을 담아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이스의 목소리’라는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듯이 다양한 보이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961년 서로 잘 알지 못하던 때에 제로 그룹 전시에서 우연히 같이 찍힌 사진, 1962년 백남준의 책에서 발견된 Josef라고 서명된 메모, 1965년 두 작가가 같이 참여했던 <24시> 퍼포먼스의 사진을 비롯하여 백남준과 보이스가 함께 공연한 <조지 마치우나스를 추모하며>의 사진과 LP레코드 판이 포함되어 있다.
1-3. 백남준,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1969/1972, 비디오 편집 및 합성 장치,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개관 10주년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백-아베’라는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이름이 의미하듯이, 백남준의 비디오 신디사이저는 테크니션인 슈야 아베와의 공동의 창작물이다.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기술적인 부분을 공개하여 사람들이 비디오 아트를 피아노처럼 개인적인 예술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는 카메라 등 여러 외부 영상 소스를 받아 실시간으로 색과 형태를 변형하는 영상편집이 가능한 기계이며, 1970년 보스턴의 WGBH 방송국을 통해 방영된 <비디오 코뮨>과 1977년 뉴욕의 WNET을 통해 방영된 <미디어 셔틀-뉴욕/모스크바>등의 영상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11년 슈야 아베와 협력하여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신디사이저의 기능을 복원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복원된 비디오 신디사이저와 4대의 모니터가 백남준이 1974년 뉴욕 갤러리아 보니노에서 개최한 제 3회 개인전에 전시했던 비디오 신디사이저와 참여 TV를 결합한 형태로 설치되어, 관객들을 촬영하고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통해 영상을 추상적 패턴으로 왜곡시키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존 핸하르트는 이 과정이 조각이 가진 포텐셜을 관람객이 작동시키도록 하여 관람객과 작품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플럭서스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했다.
1-4. 백남준, <코끼리 수레>, 1999-2001, 혼합매체,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코끼리 수레>는 백남준이 말하는 ‘미디어에 대한 기억’을 담아낸 작품이다. 백남준은 코끼리를 탄 돌부처가 이끄는 커다란 수레에 앤틱 텔레비전, 라디오, 전화기, 축음기 그리고 스피커까지 그가 기억할 수 있는 많은 통신기기를 올려놓았다. 백남준은 당시 신제품이었던 텔레비전을 일부러 앤틱 텔레비전 케이스 속에 집어넣어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가득 실은 수레는 케이블 전선으로 이어진 코끼리의 이동방향 혹은 기술에 발달에 따라 정보가 확산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미디어의 역사와 기억, 경험은 온 인류가 같이 공유해야 하는 일종의 문화와 역사의 공유지다. 백남준은 작품을 통해 이러한 기억을 인류와 나누기를 원했으며, 이러한 공동의 기억은 우리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비롯하여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상상의 폭을 확장시켜 준다.
1-5.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파리/뉴욕 생방송>, 1984, 1채널 비디오, 57분 21초, 백남준아트센터 아카이브
캡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가 텔레비전을 통해 지식과 권력을 집중화시키는 전체주의 사회가 올 것으로 예언한 데에 반하여, 백남준은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으로 연결시키는 인공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였다. 뉴욕에서 열렸던 존 케이지나 샬롯 무어만 등의 공연과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진행되었던 요셉 보이스와 어반 삭스 등의 공연이 교차되거나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편집되었다. 80년대 당시 위성은 냉전의 산물이자, 엄청난 국가적 자본을 투입한 하이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였다. 이러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몇몇 대형 방송국과 나사(NASA) 정도였다. 그러나 백남준은 이러한 위성 방송 시스템을 이용하여 대륙 간,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소통을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생각했고,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문화와 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예술 공유지를 실현시켰다
2-1. 요셉 보이스, <함부르크 흑판>, 1975, 합판에 분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함부르크 흑판>은 요셉 보이스가 객원교수로 있던 독일 함부르크 미술 아카데미에서 1974-1975년도 겨울 학기를 진행하면서 수업시간에 완성한 작품이다. 두 개의 패널은 각각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진화와 에너지의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삶, 종합, 언어, 에너지 등의 키워드가 인체, 사슴, 망치 형태, 육면체, 지방 덩어리 등의 드로잉과 결합한 채 도표화됨으로써 보이스의 사고체계를 총체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2-2. 요셉 보이스, <코요테 III>, 1984, 1채널 비디오, 1시간 1분 20초, 백남준아트센터 아카이브
개관 10주년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요셉 보이스는 1974년 미국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펠트천으로 감싸고 구급차를 타고 뉴욕에 르네 블록 갤러리에 도착하여 지팡이와 펠트천만을 의지하여 야생 코요테와 3일을 같이 보내고 독일로 돌아갔다. 자연과 공존을 시도하는 이 퍼포먼스 <나는 미국을 좋아하고 미국은 나를 좋아한다>는 미국 원주민의 원시적 역사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백남준과 보이스의 마지막 협업 작품인 <코요테 III>는 1984년 6월 2일 일본의 소게추 홀에서 열린 두 사람의 콘서트 장면이 담긴 비디오다. 무대에는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마주보고 있고 한쪽에는 보이스가 흑판에 쓴 설명들이 가득 찬 흑판이 자리 잡고 있다. 보이스는 마이크를 잡고 생명과 자유를 갈구하는 코요테와 예술가의 자아를 오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백남준은 피아노를 조용히 일본의 가요들을 연주하고 즉흥적인 변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강력한 에너지의 장을 만들어낸다.
3-1. 리미니 프로토콜, <100% 광주>, 2014, 비디오/오디오 설치, 1시간 40분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리미니 프로토콜은 2000년부터 헬가르트 하우크, 슈테판 카에기 그리고 다니엘 베첼이 하나의 팀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들은 예술이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도구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100% 도시’라는 이름으로 이미 서른 두 개의 도시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작업은 전통적인 공간,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분리가 인구분포로 대변되고 이해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통계자료가 제시하는 이슈를 생생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공연에 등장하는 100명의 시민들은 특정한 도시의 인구통계학을 대신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노령화, 복지, 이민, 그리고 관계 등을 포함한 넓은 범위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표현한다. 광주 인구 중 오직 1%만이 외국인 여권을 가지고 있고, 6%가 70세 이상이며 10%가 0-10살이다. 51%의 광주시민은 여성이고 3%는 전라남도에서 이주했다. 오 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도시에 흩어져서, <100% 광주>는 한 명의 멤버가 다음 멤버를 24시간 안에 섭외하고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멤버를 24시간 안에 구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멤버들은 한국에서 여섯 번 째 큰 도시의 인구통계학에 근거한 나이, 성별, 거주형태, 지리적 위치, 그리고 민족적 배경에 대한 통계 결과를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광주라는 도시의 통계를 대변하는 이들은 과연 도시의 무엇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이제야 막 알아가고 있는 한번도 제대로 연습해본 적 없는 합창단이자 새로운 그룹의 얼굴들로 계속 바뀌고 합쳐지는 불가능한 총합이다. 광주라는 도시와 도시인, 그들이 지닌 공동의 역사에 대한 정체성은 이 통계 안에 담겨질 수 있는 것인가?
3-2.리미니 프로토콜, <100% 암스테르담>, 2014, 비디오/오디오 설치, 1시간 49분, ⓒ Chad Bilye
개관 10주년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암스테르담 인구의 51%가 여성이고, 12%가 65세 이상이며, 0-4세 사이의 인구는 4%이다. 809,892명의 거주자 중 230,549명이 미혼자이며, 69,857명이 아이가 있는 기혼자이다…. ‘ 100% 도시’의 다른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인구통계학에 근거한 100명의 암스테르담 시민이 출연한다. <100% 광주>와 같은 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동북아시아의 도시 광주와 역사적으로 국제적인 항구였던 암스테르담의 통계와 시민들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차이를 경험하게 한다. 암스테르담에는 터키와 모로코,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민족과 국가의 출신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정치적으로 도시의 무단 점유(스쾃)를 찬성하는 이와 반대하는 이가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정치, 인종, 환경, 난민 등등의 이슈에 대해 시민들은 교집합과 합집합을 번갈아 오간다. 한 질문 안에서 반대 입장이었지만 금세 같은 입장이 되는 이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는 공동체가 가진 정체성은 하나의 입장으로 대변될 수 없음을 목도한다.
4-1. 파트 타임 스위트,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 2016, 360° VR 비디오, 사운드, 16분 45초,
ⓒ 2016 파트타임스위트,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커미션, 작가소장
캡션

파트타임스위트는 공통적으로 처해있던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기반으로 결성된 이후 도시의 풍경과 공간의 플롯 속의 예술과 사회에 관심을 두면서 작업해 왔다. 현실의 상황과 주어진 제약 및 조건을 흥미로운 요소로 차용하고 전환, 증폭시키는 개입과 개시의 방법론을 구사하며,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등을 통해 거칠지만 시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는 도시의 버려지고 잊혀진 공간에서 펼쳐지는 절망스러운 어떤 몸짓의 연속이다. 작품이 제작된 2016년도 한국사회의 무기력함과 허탈감, 절망의 감정이 인물들의 행위 속에 덕지덕지 묻어있다. 군사권력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여의도 벙커’는 이 작품의 주요한 출연자이다. 그동안 버려지고 무용한 공간들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던 작가의 관심은 한때 폭력적인 정치의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을 이곳이 발견되고 공공의 예술공간으로 전환 사용되는 아이러니와도 연결된다. 벙커는 공사장, 고시원 등의 도시의 버려진 공간들과 교차 편집되고, 마치 B급 SF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행물체 같은 우주선은 가상도시처럼 보이는 여의도의 지상공간에 드리운다. 이 지상과 지하공간의 강렬한 대조는 VR 기계에 포박되어 일렁이고 왜곡되는 가상의 3차원 공간을 향해 유영하는 관람객에게 과장된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4-2. 파트 타임 스위트, <부동산의 발라드 1>, 2015, 2채널 HD 비디오, 사운드 & 오브제 설치, 열쇠와 벨트, 23분 21초,
ⓒ 2016 파트타임스위트, 작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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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타임스위트는 스페인의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도시의 외곽에 버려진 건물들을 만나게 된다. 도시의 곳곳에는 지어졌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있는 집들이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그저 사각형의 형태만 있고 내부는 비어있는 건물들, 짓다 만 철골이 드러나 있기도 하다. 도시의 도로가 정비되지 못한 채 서있는 집들은 부동산이라는 사유재산을 향한 자본주의의 꾸준하고도 집요한 설득으로 빚어진 모순덩어리들이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노골적인 경제적 계산과 사유재산의 함의를 둘러싼 사회적 길항작용이 내포”되어 있음을 본다. 작가들이 방문한 곳은 “돈의 폐허”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를 위한 공간들이다. 버려진 건물을 점령하여 다양한 공동체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유재산을 점유한 불법으로 간주되기에 이 공유지를 작가들이 맘껏 촬영할 수 없었다. 버려지고 쓸모 없어진 공간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공유지로 사용하는 전복의 순간은 조심스러운 촬영에도 불구하고 이웃과 나누는 공동의 것이라는 “즐거움의 메타포”로 공간을 드러낸다. ‘부동산의 발라드’는 그러한 즐거움의 순간에 흘러나온다. 도시 공유지의 공유 가능성은 폐허 속에서 슬며시 생겨나고 있다.
5. 남화연, <임진가와>, 2017, 1채널 비디오, 24분 16초, 작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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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가와>에 대한 탐구는 작가가 온라인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일본 노래 속에서 발견한 한국어 단어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애잔하면서도 서글픈 그 노래를 반복해 부르게 되고 결국 그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의 기억을 쫓아간다. <임진가와>는 교토의 조선학교에서 우연히 들은 <림진강>노래를 기억한 마츠야마 타케시에 의해 처음 일본어 노래로 탄생됐다. 이 노래가 민요라고 생각한 마츠야마는 교토의 포크 밴드 크루세이더스에게 이 노래를 소개했고 그들이 부른 <임진가와>는 관서지방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1968년 도시바 레코드는 조선총련으로부터 이 노래가 민요가 아니라 월북시인 박세영의 작사와 고종환의 작곡으로 만들어진 북한의 노래로 가사와 저작권자를 명확히 하라는 항의를 받게 된다. 그 후 이 앨범은 판매가 중지되고 방송에서도 금지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게 된다. <임진가와>가 처음 함께 불려졌던 시/공간, 그것을 들은 사람들과 그 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부르고 전파시킨 과정들을 쫓으면서 작가가 발굴하는 것은 ‘노래’라는 공통의 가락이 공유되고 전승되어온 시간이다. 분단의 슬픔을 위로하는 노랫말도, 1968년이라는 변혁운동의 기운이 강력했던 게릴라 포크 콘서트도 그리고 한국에 전해져 집회 곳곳에서 불려진 노래의 기억은 개인과 시간에 아로새겨져 있다.
6.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2018, 설치 & 퍼포먼스,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다페르튜토’는 ‘어디에나’라는 뜻을 가진 이태리어로,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어디에나 있는 스튜디오, 모든 곳에 존재하는 스튜디오라는 말이 된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이처럼 실험적인 정체성을 내세우는 극단이며, 연출가 적극을 중심으로 희곡, 극장, 배우, 관객 등 연극을 이루는 주요한 조건들을 연극의 장르로 실험하는 기획을 통해서 연극의 요소들을 점검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의 연극은 극작, 연출, 무대, 연기, 관객 등의 요소가 분업되어 위계적으로 구성되지만, 적극이 연출하는 연극은 이러한 조건들이 연극 혹은 연출이라는 공유지 안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내며 공존한다. 따라서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여러 목소리들이 서로를 경청하고 타협하며 때로는 불화와 결정되지 않은 상태까지도 수용한다. 연출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사유화되는 방식을 포기하는 연극은 연극 무대 뿐 아니라 일상의 장소와 전시장을 가리지 않고 극이 펼쳐질 수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넘어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로 확장된다. 동명의 작품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명리’에 기반하여 극작 및 연극의 형태를 실험하려는 시도다. 명리는 태어난 시에 따라 주어지는 여덟 가지 한자에 기반하여 그 사람의 성품과 기질 그리고 운명까지도 읽어낸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백남준의 사주와 그 변화에 주목하여 이를 관객들과 함께 연극의 과정으로 풀어낸다.
7. 정재철, <크라켄–또 다른 부분>, 2018, 설치&영상, 혼합매체,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정재철은 2004년부터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해양 오염과 바다 쓰레기에 관한 리서치와 참여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수행적 작업은 공간과 장소의 기억을 발굴하고, 문화적 전이와 혼성을 드러내며, 자연과 교감하고 삶의 문제를 성찰한다. 2013년도부터 진행하고 있는 <블루오션 프로젝트>는 해양오염과 바다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술이 어떻게 그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의 바다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인근 해안의 지역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순환구조를 훼손하는 전 지구적 문제이다. 인류의 공유지 바다를 오염하는 이 전지구적인 공유지의 비극의 상황에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크라켄-또 다른 부분>은 바다 쓰레기를 가상의 바다 괴물 ‘크라켄’이라 말한다. 작가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목격한 수많은 부유 쓰레기들은 마치 바다 괴물처럼 바다생물들을 공격하고 오염시킨다. 작가는 그간 이 해양 쓰레기의 지형도를 그리고 해양 부유 사물들의 표본을 떠서 문제의식을 제기함과 동시에 예술이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을 모색해 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2018년의 제주도와 신안 앞바다의 쓰레기를 채취하고 기록하였다. 환경문제에 대한 예술가의 접근이 과연 얼마만큼의 공감과 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질문하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예술이 바다라는 공유지의 비극을 어떻게 고발하고 공감하게 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8. 안규철,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 2018, 사운드 설치&조각, 나무, 혼합매체, 360×360×90cm,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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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은 개념적 오브제, 건축적 설치미술, 퍼포먼스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술과 서사구조를 연결하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쓰고, 말하게 하고 그것을 기록하면서 연속적으로 시대를 담는 공간의 시(詩)를 구축하고 있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이 독일의 공습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 남부 해안 지대에 구축했던 거대한 감청장치인 ‘사운드 미러(sound mirror)’를 전시장 내부에 설치하여, 이 구조물 앞의 일정 지점에서 관객이 반대쪽 벽면의 스피커들로부터 흘러나오는 다양한 내용의 녹음된 문장을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소리의 거울’에서 우리는 수많은 소리들이 반사되어 우리 귀로 수렴되는 경험을 한다. 소음으로 존재하던 개인과 사회,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한 아포리즘적 문장들을 들으며 우리는 명상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듣고 나서 쓰길 요청한다. 입안에서 맴도는 하나의 문장, 기도, 속삭임이 모여 커다란 외침의 강물이 되기를. 그리고 그 말이 만들어낸 강물이 우리를 여기에 이르게 했듯이 우리도 그 말들을 어디론가 데려가라고 요청한다.
9. 박이소, <오늘>, 2001/2018, 전시장의 벽, 단관 비계, 4대의 프로젝터, 4개의 비디오카메라, 각목, ⓒ 이소사랑방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박이소(1957-2004)는 미국과 한국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예술가이자 교육자, 대안 공간 운영자, 활동가이자 미술에 관한 글을 생산하는 작가로 활동했다. 박이소는 창작은 작가 혼자 생성하는 산물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성되는 것이며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그는 경계선을 넘나드는 자유롭고 불안하며 모호한 왕복운동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잘려나가 바닥에 눕혀진 벽의 일부, 그리고 그 위에 투사되는 하늘의 화면으로 구성된다. 백남준아트센터 옥상에 설치된 네 대의 비디오카메라가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하늘을 향해 설치되어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촬영하고, 이 실시간 영상을 누운 벽을 향해 투사한다. 해의 실시간 이미지가 벽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하루 종일 서서히 옮겨간다. <오늘>에 사용된 재료들은 벽이 잘려진 일부 내부의 각목, 건축용 비계 등이며, 공사장의 재료나 칸막이를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건축과 파괴의 요소를 보여주고, 사용되는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차이점을 드러낸다. 그가 말한 대로 “주어진 역할대로 기능하는 질서 속에 있다기보다는 무질서와 혼돈, 불연속과 우연, 어긋난 인과관계, 미끄러지는 의미 등은 세상사 뿐 아니라 창작과 예술의 영역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0. 옥인 콜렉티브, <The More, The Better(다다익선)>, 2018, 1채널 비디오, full HD, 사운드,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 《#예술 #공유지 #백남준》

이정민, 김화용, 진시우로 구성된 옥인 콜렉티브는 2009년에 열린 첫 프로젝트의 장소이자 지금은 철거된 종로구 옥인아파트의 지명을 딴 작가그룹이다. 옥인 콜렉티브의 활동은 특정 지역에서 출발했지만 더 넓게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와 넓게 연결되어 있다. 옥인 콜렉티브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상호 약속과 교환, 개입의 방식으로 접근하며 현실인식과 자기성찰을 도모하는 유희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옥인 콜렉티브는 백남준아트센터 10주년을 맞아 예술작품이 탄생 이후에 맞이하게 되는 변형과 노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영상 작품을 제작했다. 옥인 콜렉티브는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라는 백남준의 말처럼 작품은 작가에 의해서 생산되지만 동시에 작품은 그 스스로의 운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의 제목 <다다익선>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백남준의 대형 비디오 설치 작업이다. 2018년 <다다익선>은 노후화와 안전성의 문제로 상영이 중단된 후 작품의 보존과 복원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미술계의 논의를 넘어서 그 작품을 향유해온 시민들에게 확장되었다. 옥인 콜렉티브는 한 예술가의 작품의 생애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탐구한다. 또한 시간에 순응 또는 저항하는 예술작품과 그것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입장을 통해서 공유지로서의 예술, 예술 작품의 생애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11. 히만 청, <나는 믿고 싶다>, 2016,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배포되는 디지털 파일, 작가와 윌킨슨 갤러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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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과 뉴욕에서 작가와 큐레이터, 그리고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 히만 청의 작업은 이미지, 퍼포먼스, 상황 그리고 글쓰기가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해 있다. 그의 작품은 일상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을 해체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내러티브의 생성과 기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에게는 미래를 상상하는 개인과 집단들의 존재와 행동 방식에 대한 철학적 개념과 근거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히만 청은 ‘엑스 파일’의 창작자이자 작가인 크리스 캐터가 스미스소니언과 한 인터뷰에서 포스터에 대해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크리스는 “원래의 그래픽은 우주선을 찍은 후 에드 루샤와 같은 방식으로 ‘나는 믿고 싶다’라는 문구를 넣는 것이었다” 고 밝혔다. 작가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UFO를 깊고 어두운 블랙홀로 대체하고 인터넷에서 무료로 작품을 제공함으로써 ‘나는 믿고 싶다’라는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의 고해상도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원하는 재료와 크기로 직접 인쇄 할 수 있다. 이 이미지를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길거리나 전시장에서 우연히 이 포스터와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상의 신념을 공유할 수도 있는 어떤 공동체가 일시적으로 만들어진다. 이 일시적인 공동체는 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만들어지나 이 이미지에 대한 사용 방식이나 해석의 태도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링크는 다음과 같다.(goo.gl/V5s24u)
12. 언메이크 랩×데이터 유니온 콜렉티브, <데이터 유니온 만들기>, 2018, 라이트 패널 포스터 설치, 웹사이트, SNS,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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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메이크 랩은 인간, 기술, 자연, 사회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관계 혹은 그 사이에서 고착되는 구조를 리서치하고 그것을 전시, 교육, 연구 등으로 재배치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한 기술사회의 이행에서 만들어지는 변화, 그 변화에서 누락되거나 기묘하게 나타나는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안적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활동 역시 벌이고 있다. 언메이크 랩의 <데이터 유니온 만들기>는 공유지라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가 지닌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정보기술사회 속에서 ‘데이터’라는 변환 가능한 잠재성을 가진 물질의 생산과 흐름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아래 ‘데이터 유니온’이라는 연대를 상상한다. 작가들은 이 연대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하나의 대화방을 설정하고 그 대화방의 참여를 유도하는 선전 포스터를 제작하고 참여를 기다릴 것이다. 언메이크 랩 × 데이터 유니온 콜렉티브는 이 대화방을 중재하는 모더레이터의 역할을 하며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을 던지고,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예측불가능한 대화는 잡지로 발간된다. 개인이 생산하는 데이터가 자본에 의해 수집되고, 관리되며, 통제되고, 분석되는 시기에 스스로의 데이터와 정보로 무장한 새로운 연대체에 대한 상상은 온라인 공유지의 사유화에 대한 SF적인 저항이 이뤄지는 광장을 상상하게 한다. www.dataunion.kr
13. 블라스트 씨어리, <브랜치>, 2015,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카드와 설명서, 1시간 정도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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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스트 씨어리는 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가 1991년에 런던에서 결성한 예술가 그룹으로, 기술의 상호작용과 사회정치적 맥락에 대하여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초기의 작품의 형태는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급진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퍼포먼스에 개입시키는 실험적 작품이었으나,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기술 관련 연구소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하여 작업의 방식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연극, 라디오, 게임, 웹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여 예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블라스트 씨어리는 디지털 리얼타임 방송 및 실시간 퍼포먼스에 관객들을 통합시키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작업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브랜치>는 도시를 보드판으로 삼고 벌이는 게임이다.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주변 지도와 일련의 질문카드를 받게 된다. 플레이어들은 백남준아트센터 주변의 여러 가게들을 찾아내고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올바른 질문을 정해진 사람을 찾아내어 물어보아야 하며, 성공했을 때 특별한 브랜치 카드를 받게 된다. 이 카드를 많이 모으는 팀이 이기는 것이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있다.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블라스트 씨어리는 게임 디자인, 기호학, 광고, 저널리즘, 지역/도시 연구,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스스로의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한, 그리고 그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이 게임은 도시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서로 다른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는 공유지이며 이 공유지는 낯선 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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