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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터가 세상을 만든다
기간/ 2010.08.31(화) 10:00 ~ 2010.11.21(일) 17:00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1층 및 2층

<트릭스터가 세계를 만든다>전은 현대에서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트릭스터 신화로서의 백남준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백남준 아트센터의 1층과 2층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개편하여 1층에서는 백남준이, 2층에서는 조지 마키우나스와 레이 존슨을 포함한 열두 명의 현대 작가들이 트릭스터로서의 그들의 면모를 드러내게 된다.

트릭스터는 전 세계에 걸친 보편적 성격의 신화적 존재로서, 대표적으로 프로메테우스와 헤르메스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북미 신화의 코요테나 손오공도 널리 알려진 트릭스터다. 트릭스터의 특징은 ‘트릭’을 쓴다는 점이다. 트릭은 가벼운 장난 내지는 주어진 장의 규칙을 위반하는 속임수다. 트릭스터는 배고픔에 시달리는 떠돌이 방랑자지만 이런 트릭을 통해 인간의 고충을 덜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트릭스터의 속성으로 각각 다른 세계의 소통과 경계를 넘나드는 월경越境을 통한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아폴로를 속여 소를 훔치기도 했지만 각종 도량형을 만든 상업의 신이자 신들의 메신저이기도 하다. 트릭스터의 또 다른 속성은 존재 자체가 이중적double이라는 점이다. 트릭스터는 선과 악, 남성이자 여성, 규칙의 위반자이자 법제정자, 신이자 인간이다.

백남준은 가장 유쾌한 헤르메스이자 트릭스터다. 초기부터 그는 음악과 미술과 테크놀로지를 넘나들었으며, 초기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 전반에는 선문답과도 같은 트릭이 넘쳐났다. 백남준은 실험TV 전시회의 후주곡(1963년에 전시되었던 <음악 전람회 – 전자 텔레비전> 에 대한 논평)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의 실험 TV는 ‘완전범죄’를 가능하게 한 최초의 예술(?) 형식이다……………….. 나는 단지 다이오드를 반대방향으로 바꿔 끼워 넣어서 “파동치는” 네거티브 이미지의 TV를 얻었다. 나의 아류들(epigones)이 똑같은 트릭을 쓴다면, 결과는 완벽하게 똑같을 것이다…………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한다………….
나의 TV는 내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물리적 음악”일 뿐이라는 것을.

전시내용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물리적 음악이라고 정의함으로 예술적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이를 가능케 한 그의 트릭을 공개해버린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어떤 자신의 개성이나 이데아의 표현이 아님을 선언하여 근대적 트릭스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백남준의 트릭스터적 퍼포먼스는(1998) 백악관에서 빌과 힐러리 클린턴에게 소개받을 당시 ‘사고’로 바지가 내려가는 사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사고는 전 세계에 보도되었으며, 백남준의 친구들은 전 세계에서 백남준의 마지막 퍼포먼스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트릭스터가 세계를 만든다>전은 백남준의 마지막 퍼포먼스처럼 극적이다. <징키스칸의 복권>, ,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의 백남준의 대표작들이 새로운 맥락에서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과 함께 전시된다. 쾰른에서 있었던 <프로젝트 74>전에서 부처를 대신하여 법의를 두르고 텔레비전을 향해 면벽수행에 들어간 백남준의 모습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1976년 일본에서 백남준이 작품 설치를 지시하는 생생한 비디오와 <참여 TV>와 같은 관객 참여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트릭과 전략 또한 대담하다. 전시는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문화 이벤트의 거장들의 이름을 내세우는 식의 폭넓은 매개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여 권력관계에 나타나는 양상들을 확대시킨다. 심지어 정부에게 지원을 받는 예술 기관의 강제적 책략에 대하여 언급하기도 한다. 전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동시대적인 세계와 미디어와의 관계를 넘어서도록 하는 몇 가지 트릭을 준비하고 있다.

플럭서스의 창시자였던 조지 마키우나스(미국)는 1974년 12명의 거장들을 초청한 <12인의 거장들> 전시를 만들었지만, 막상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이름뿐인 전시를 보여준다. 히만 청(싱가포르)은 존재하지도 않는 갤러리를 만들고 마치 자신이 그 갤러리의 소속 작가 인 것처럼 연기하며 전시 초대장 및 전시와 관련 홍보물을 제작하지만 그 전시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이런 작업은 유명세에 대한 숭배 사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건축가이자 작가인 로니 헤어만과 카틀린 베르미어(벨기에)는 같은 맥락에서 미술관 공간을 호화판 아파트로 탈바꿈시키며 예술 세계와 부동산 시장과의 관계를 고찰한다. 이들의 작업은 뉴욕 소호를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부동산 개발을 추진했던 마키우나스의 맥락과도 맞닿아있다. 크리스티안 얀코브스키(독일)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상징이기도 한 백남준의 뉴욕 브룸 스트릿 스튜디오 <메모라빌리아>를 깨끗이 청소하는 용감한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주재환(한국)의 작품세계 역시 전적으로 트릭스터적이다. 그가 다루는 갖가지 소재와 내용의 작업들은 구체적인 일상에서부터 사회 문화적 사건들에 위트있는 멘트를 날린다. 그는 이를 개념적 드로잉, 만화, 콜라주, 텍스트, 오브제, 유화 등 다양한 스타일과 각종 잡지, 광고, 장난감, 테이프 등 가장 값싼 재료로 표현한다. 김범(한국)의 <볼거리>는 동물의 세계를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재편집하여 영양이 치타를 추격하는, 기존관념의 역전을 통해 우리가 ‘보아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지아니 모티(이탈리아)는 <충격과 경외감>이라는 비디오 작업에서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선포하기 불과 몇 분전에 실수로 생방송이 나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백남준의 <닉슨 TV>처럼 미디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트릭스터가 세상을 만든다>전은 루이스 하이드가 쓴 동명의 책처럼, 트릭스터를 신화적 유형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트릭스터를 끄집어내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투사하고자 한다. 이는 예술작품과 미술관에 가둘 수 없는 예술가들의 삶에 관한 것으로, 사회와 인간을 동시에 교란시키며 매개하며 방랑의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에 대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목숨을 건 모험의 결과로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얻고 코요테의 낚싯대를 얻고 백악관에서 자신을 훌러덩 드러내는 백남준을 통해 죽비로 호되게 내려치는 깨달음을 얻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작가 및 작품
1. 백남준 Nam June Paik (서울, 1932-2006)

백남준은 20세기의 주요 예술운동 ‘플럭서스’에 참여했으며, 음악과 퍼포먼스, 비디오아트, 위성예술을 선구적으로 시도한 아티스트였다. 지리적으로는 서울, 토쿄, 쾰른, 베를린, 뉴욕을 떠돈 유목민이었고, 사상적으로는 동서양의 사상과 문화를 가로지르며 독특한 예술적 발상을 실천한 세계인이었다. 문명과 미래, 예술과 삶,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놀이정신 등등 백남준 예술이 개입한 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2. 아멧 오구(터키)

<다른 사람의 자동차>(2005)는 두 대의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의 주인 허락 없이 종이를 붙여 한 대는 이스탄불의 노란 택시로, 또 다른 한 대는 경찰차로 둔갑시킨다. 오구는 차를 종이라는 재료를 통해 변형 시키는데 이는 일종의 공공기물 훼손의 행위에 해당하나 실제로 차가 입은 피해는 것은 차 주인이 자기 차를 헷갈려 하거나 황당해하는 정도이다. 의도적으로 소박하고 로우파이low-fi적인 오구의 작품들은 권력관계를 재조명하고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발명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http://www.ahmetogut.com

3. 크리스티안 얀코브스키(독일)

얀코브스키는 참여자들이 매체와 형성하는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범상치 않은 사건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한국의 노래방 문화에 작가 자신이 살짝 끼어들어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든다. 얀코브스키는 노래방 기기에서 나오는 감상적인 영상물의 주인공이 되고 아트센터 관람객들은 노래방에서처럼 노래와 영상 이미지를 선택하여 사용하게 된다. <푸들 디렉터>(1998-2003)는 미술관 디렉터가 푸들 개로 변해 전시 기간 동안 개가 디렉터가 되는 영상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 아트센터 소장품인 백남준 스튜디오 <메모라빌리아>를 청소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백남준의 카오틱한 스튜디오를 활기차게 재생시킨다.

4. 조지 마키우나스(미국)

플럭서스의 창시자였던 마키우나스는 <12인의 거장들!>이란 전시를 1974년 기획한다. 마키우나스는 앤디 워홀, 요코 오노, 브루스 나우만, 마이클 스노우, 볼프 보스텔, 요셉 보이스, 아콘치, 필립 글래스, 알란 카프로, 만조니, 링케, 레빈 등 유명한 예술가들을 12인을 내세운 거대한 행사를 알리고서는 막상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들 12인 예술가의 다양한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이름만 벽에 있었을 뿐이다.

5. 지아니 모티(이탈리아)

지아니 모티는 스포츠, 금융, 미디어, 국제정치, 초심리학과 같은 다방면적인 분야에서 예술과 예술 바깥에 있는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지아니 모티는 자신을 ‘적절한 시기에 잘못된 곳’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일상생활에 부조리한 이벤트를 통해 정치적 사회적 이의를 제기한다. 그의 예술은 삶 자체이거나 현실의 물질화된 현실과 경쟁한다. <기금 전시>(2009)는 미술관에서 받은 작품제작비를 고스란히 현찰로 바꿔 전시장 바닥에 뿌려 전시를 하고 전시가 끝난 뒤에는 다시 미술관에 돌려주는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미술관은 작품 제작비로 0원을 사용한 것이 되며, 이 기금을 다음 전시 내지는 다른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술관에 환불하며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고찰한다. 모티는 예술 작품이 사라지고 재활용됨을 통해 이익과 가치라는 자본적 시스템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6. 김범(한국)

김범은 시각예술의 기반이 되는 시각적 지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보이는 것’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 일수도 있다는 발상을 함으로 이미지에 담겨 있는 시각적 사실의 교육적인 의도를 역전시킨다. <볼거리>(2010)는 야생동물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영상을 조작하여 영양이 치타를 뒤쫓는 관계의 역전을 보여준다. <전기 올가미>(1992)는 날카로운 쇠가시가 솟아있는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올가미로, 그 끝에는 전기플러그가 연결되어 콘센트에 꽂혀있다. 실제로 전류가 흐르지 않아 일종의 눈속임이지만 물체가 보여주는 공간적 상황의 위협감을 강렬하게 경험하게 한다.

7. 림 차이 추엔(싱가포르)

림 차이 추엔은 미학적 경험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고 재정의한다. 그는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을 경험하도록 추궁하고 지각을 재평가하고 미학적 경험에 대한 전제들에 의문점을 갖도록 한다. 그의 작품이 가지는 특정한 맥락을 정의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과정의 정교하고 복잡한 관계를 통해 감상자를 깨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교도소 앞에서 향수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8. 사스키아 홀퀴스트(스웨덴)

홀퀴스트는 공연과 미디어 이미지와 같은 매체들에 대한 진정한 표현을 하는 과정에 있어 생기는 패러독스를 주제로 한 재미있는 비디오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 <사스키아 홀퀴스트와의 인터뷰>(2005)는 작가가 미디어 관계를 다루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마치 작가인 것처럼 매우 진지하고 권위 있어 보이도록 교육을 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8분간 지속되는 영상을 통해 사스키아 홀퀴스트는 자신의 작업 방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이 진정한 것이라고 믿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묘사하도록 반복적으로 훈련시킨다.

9. 키상 램다크(스위스/티베트)

램다크는 그가 속한 두 개의 다른 세상- 티베트 혈통 (그것을 수반하는 정치적 문제들)과 서양식 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비디오, 조각, 설치작품을 창조한다. 작가는 스위스에서 자라던 청년시절 안면 반쪽이 경직되어 불치 판정을 받았다가 금을 녹여 만든 침으로 치료를 받는 티베트 전통 의술을 체험하면서 티베트 문화와 혈통에 대한 새로운 각인을 하게 된다. 이후 티베트, 스위스, 뉴욕 등지에서 다양한 경험들은 그를 이질적인 요소들을 뒤섞는 네오 탄트라 작업으로 이끈다.
http://www.lamdark.com/

10. 로니 헤어만과 카틀린 베르미어 (벨기에)

로니 헤어만과 카틀린 베르미어는 혁신적인 예술 컨셉과 건축 작업을 이어왔다. 그들은 2006년부터 A.I.R.라는 건축, 국내 건축, 이념적인 행위를 연구하는 공동 리서치 프로젝트를 실현해왔다. (2009)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술 기관과 좀 더 광의적인 경제 구조의 불가분한 관계를 그린 작업이다. 미술관을 미래적이고 호화판의 아파트로 탈바꿈시키며 분양 광고를 위해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소개하는 투어 영상을 제작한다.

11. 히먼 청(싱가포르)

철학, 개인과 사회 등의 역할에 있어 개념적인 아이디어를 오브제, 이미지, 설치, 상황 또는 텍스트로 작품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쉽게 잊어버린 사람들의 기념비(당신을 증오해)>(2008)는 오프셋으로 인쇄된 검정색 명함 250,000장이 바닥에 뿌려진 작품으로 숭고함을 추구하는 무리들에 대한 어두운 일타를 가하는 정치적인 작업이다.

12. 주재환(한국)

주재환이 다루는 갖가지 소재와 내용의 작업들은 구체적인 일상에서부터 사회 문맥을 작가 특유의 유희적 정서와, 패러디를 통해 담아낸다. 그는 개념적 드로잉, 만화, 사진, 콜라쥬, 텍스트, 오브제, 유화 등 다양한 스타일과 각종 잡지, 광고, 장난감, 테이프 등 가장 값싼 재료로 작품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총잡이 장고>(1998)는 총잡이 장고가 사방으로 총알을 난사하는데 여백은 총알구멍으로 마치 우주의 별들처럼 성좌를 이룬다.

13. 레이 존슨(미국)

레이 존슨은 우편을 통해 작품을 전달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메일아트를 최초로 시도한다. 1970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최초의 메일아트 전시회인 ‘뉴욕통신학교쇼’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無 nothings>은 레이 존슨이 사람들에게 뉴욕통신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들로 일종의 해프닝을 담은 영상이다. 존슨은 해프닝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메일 아트를 처음 시도하였고, 팝 아트의 원조이자, 플럭서스가 탄생하는데 있어 용어를 처음 제안하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덜 알려진 작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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